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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friday] 감동, 화려, 달콤… 원하는 무대 골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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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3파전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대극장 뮤지컬 무대는 여전히 뜨겁다. 한국 초연으로 눈길을 끄는 '시라노'와 '나폴레옹'을 비롯해 한국적 정서를 오롯이 담아 주목받은 '아리랑' 등 대형 뮤지컬들의 관객 몰이가 심상찮다. 각 작품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이 꼽은 관람 포인트와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 또 평론가들과 함께 꼽은 각 작품의 장단점을 정리했다.

한국인이라면… 민초들의 '아리랑'에 가슴이 먹먹
뮤지컬 아리랑


조선일보

민초는 스러지지 않는다. 뮤지컬 ‘아리랑’의 마지막 장면. /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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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동명 대하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 안재욱, 서범석, 김성녀, 윤공주, 김우형 등 2015년 초연 당시 주요 배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이번에도 참여해 끈끈한 호흡을 자랑한다. 책으로 12권이나 되는 분량. 작품은 그중 일제 치하 독립운동에 앞장선 양반 송수익(안재욱·서범석) 이야기와 감골댁(김성녀)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배역이 주어진다면 아리랑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안재욱 등 배우들의 극에 대한 열정 역시 무대를 가득 채운다.

뮤지컬 평론가 이유리 서울예대 교수는 "방대한 원작에서 '정수(精髓)'를 뽑아내 정서적으로 설득해낸 고선웅의 연출력이 다시 한 번 돋보였다"면서 "객석을 나서면 또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올여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민초들이 모여 '아리랑'을 부르며 각자 피를 나눌 땐 보는 이의 가슴도 뜨거운 감동으로 회오리친다. 한(恨)이 가득하지만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옥비의 판소리가 작품의 정서와 매우 잘 어울렸으며, 김성녀가 연기한 감골댁은 아리랑이 던져주려는 메시지 자체였다"면서 "단지 당시 민족의 아픔을 여성들의 성적 학대로만 표현한 점이 아쉽고, 이중 막을 이용한 입체적 영상은 곳곳에서 빛났지만 어떤 장면은 과도하다는 느낌을 주어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고 평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9월 3일까지.

▶이유리 서울예대 교수 ★★★★☆

이야기를 끌어가는 완급 조절이 완벽하다. 수국을 맡은 윤공주의 연기도 돋보인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


초연에서 일취월장.

'인간' 나폴레옹에 주목… 대관식 무대만으로도 감동
뮤지컬 NAPOLEON


조선일보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만나는 무도회 장면. 전반적으로 화려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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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초연이다. 이미 잘 알려진 나폴레옹 이야기이지만, 전략가나 승부사이기 앞서 권력에 점점 도취돼 민중을 도외시하는가 하면 아내 조세핀과의 관계로 정신적인 방황을 하는 '인간 나폴레옹'에 더 주목했다.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대관식 장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솜씨를 확인시켰다. 중년 여성들 사이 '아이돌'로 통하는 뮤지컬 배우 임태경, 가창력으로 대형 극장 주인공을 꿰차고 있는 마이클 리와 한지상이 '나폴레옹' 역에 캐스팅됐다. 무대에 처음 오른 며칠간은 조세핀의 역할과 성격이 명확지 않아 대본을 다시 수정하는 일도 있었지만 회를 거듭하며 꽤 안정돼 간다는 평가다. 지구본이 돌아가는 영상 속에서 나폴레옹이 혼자 노래 부르며 자아를 각성하는 장면은 올여름 뮤지컬 중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샤롯데 씨어터. 10월 22일까지.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

권력 맛에 매료되면서 파멸해가는 나폴레옹 이야기. 구도는 만들었으나 관객을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이유리 서울예대 교수 ★★★

정치 놀음의 주역이 되는 조세핀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은 건 단점. 훌륭한 스태프진 구성으로 비주얼적인 완성도와 나폴레옹을 맡은 배우들의 실력은 만점.

믿고 듣는 와일드혼… 달빛 아래 솔로곡에 흠뻑
뮤지컬 Cyrano

조선일보

사랑의 노래를 읊조리는 시라노역의 홍광호. / RG,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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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첫 프로듀서로 데뷔한 작품. 프랑스 명작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으로 국내 팬들을 다수 보유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완성하고 국내 뮤지컬 스타인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이 시라노로 분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기형적으로 못생긴 코 때문에 짝사랑하는 여인 록산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는 시라노가 다른 이를 위해 애정이 가득 담긴 편지를 써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나홀로' 같은 시라노의 솔로곡은 달빛이 어우러지는 배경과 함께 애절함을 배가시킨다. 그룹 '신화' 출신으로 연기자와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는 김동완은 "사랑 이야기가 기본으로 깔려 있지만 그 못지 않은 희생과 배려가 극에 더 빠져들게 한다"며 "특히 가스콘 부대원들이 함께 모여 부르는 노래와 군무는 끈끈한 연습실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어 자신있게 추천하는 장면이다"라고 말했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시라노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사랑의 동기를 설득시키지 못한 것 아쉽다"며 "시라노의 마지막 대사 '그토록 지키려 했던 것이 나의 허영'이라는 고백을 그대로 살렸으면 좋았을 법했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10월 8일까지.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

원작의 아름다운 대사와 노래는 충분히 매력적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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