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레드라인'이란 북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외교적 수단을 접고 비외교적 수단을 택하게 되는 전환점을 말한다. 미국 입장에서 레드라인은 문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까지 날아오는 미사일에 핵이 탑재되는 것은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다. 현재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이 핵탄두 소형화에 이미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북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로 날아올 북 미사일은 단거리용이어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그다지 필요 없다. 이미 노동과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대한민국을 겨냥한 북핵 미사일은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 북은 우리 생명이 걸린 레드라인은 이미 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놔두고 미국 레드라인만 언급했다. 북이 미국 레드라인을 넘는 것도 우리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가 쳐놓은 레드라인을 이미 넘어와 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북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하면 우리 안보는 어떻게 되나. 북한이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마음대로 넘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북이 점점 (ICBM)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그렇게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북 제재로 북이 못 견디고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했다. 대북 제재는 인내를 갖고 계속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는 없다. 이제는 북핵 폐기 노력이 실패했을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현실 회피다. 북이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넘고 미국 레드라인은 넘지 않는 선에서 문제가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북핵이 인정되고 기정사실화되는 사태다. 그 최대 피해자는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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