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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국은 빼놓은 '北核 레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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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北 ICBM 핵탄두 탑재가 레드라인"… 미국 기준으로 설정

안보 전문가들 "북핵에 가장 위협받는 건 우리인데" 반론

증세 질문받자 "국민 공론 모아진다면 검토" 여지 남겨놔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가 하는 이른바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념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점점 그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 관계에서 적성 국가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하면 외교적 수단 대신 무력이나 군사적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역대 정부를 훑어봐도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 핵무기 개발의 엄중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단계에선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막아야 한다"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더욱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직면할 것이고 북한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런 '레드라인' 기준에 대해 "그러면 우리를 겨냥한 핵미사일 완성은 레드라인이 아니라는 얘기냐"는 반론도 나온다. ICBM급 핵무기화만 '레드라인'으로 제시했을 뿐, 정작 우리가 핵무기 사정권에 들어가 위협을 받게 되는 중단거리 미사일의 핵무기화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ICBM급 핵무기는 미국 대통령 기준으로 봤을 때 '레드라인'"이라며 "우리가 핵 공격 사정권에 들어가는 '레드라인'은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의 핵무기화로, 이미 넘어선 지 오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핵과 미사일의 가장 중심적 당사자, 가장 큰 이해 관계자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했지만,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경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8·15 경축사와 마찬가지로 평화적 해결과 "전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그 모든 옵션에 대해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대북 관계에 대해선 "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북 특사도 여건이 갖춰져야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증세(增稅)에 대해선 "국민의 공론이 모아진다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했고,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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