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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그들을 날려버려" 거침없는 힙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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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그 음악] 영화 '올 아이즈…'와 디스戰

Q. "요즘 돼지 녀석의 노래를 많이 듣더군. 이젠 내 곡을 들을 차례야."

24일 개봉하는 '올 아이즈 온 미(All Eyez On Me)'는 25세에 총격으로 요절한 미국의 힙합 가수 투팍(1971~1996)의 음악과 삶을 그린 영화다. 영화 제목은 투팍이 숨을 거두기 전에 발표한 음반명이자 수록곡의 이름이다.

영화에서 투팍은 동료 힙합 가수인 노토리어스 B.I.G.(1972~1997)를 '돼지 녀석'이라고 부른 뒤,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곡인 '그들을 날려 버려(Hit 'em Up)'를 무대에서 부른다. "그 머저리들 앞에 총을 들이대, 송장으로 만들어"라는 노랫말은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의문 하나. 힙합에는 왜 그렇게 상대방에 대한 험담이나 욕설이 많은 걸까.

조선일보

25세에 요절한 힙합 가수 ‘투팍’(드미트리 십 주니어)의 삶을 그린 영화 ‘올 아이즈 온 미’. /영화사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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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힙합에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야유하고 조롱을 퍼붓는 행위를 '디스'라고 부른다. 경멸이나 무례를 뜻하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에서 유래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힙합 음악인들이 상대방을 비난하는 노래들을 발표하면 '디스전(戰)이 벌어졌다'고 한다.

실제 투팍은 1990년대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힙합 음악인, 노토리어스 B.I.G.는 동부의 간판 래퍼였다. 활동 초기에 이들은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1994년 투팍이 녹음 스튜디오 앞에서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총 5발을 맞는 사고를 당한 뒤, 노토리어스 B.I.G.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결국 둘은 서로를 향해 살벌한 '디스곡'을 발표했다.

흑인 거리 문화의 산물인 힙합은 가사 위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과격하거나 급진적인 내용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갱단의 패거리 문화가 결합하면서 강한 척 으스대거나 상대를 깎아내리는 가사들이 넘쳐났다. 이런 공격적 랩을 '갱스터 힙합'이라고 부른다. 결국 투팍은 1996년, 노토리어스 B.I.G.는 이듬해 모두 의문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음악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목숨까지 내건 '힙합 전쟁'이 일어났던 셈이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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