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니 우표 사자" 새벽부터 줄선 사람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국 우체국 장사진… 文대통령 관련 상품 '이니 굿즈' 불티]

일부 시민 "연차휴가 내고 왔다"

우표 못산 사람, 명동 우표상 찾아 "이런 광경 박정희 우표이후 처음"

文캠프 운동원 입었던 후드점퍼, 인터넷서 5만~10만원에 거래도

17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100m가 넘었다. 오전 9시 우체국이 문을 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사려는 사람들이다. "한정판 '이니 굿즈' 아니냐"는 말들이 들렸다. '이니 굿즈'는 문 대통령의 이름 마지막 글자 '인'을 귀엽게 부르는 '이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 단어.

맨 앞에 서 있던 임혜린(22)씨는 "전날 자정에 도착해 밤새 모기에 뜯기고 졸면서 기다렸다"고 했다. 250번째 번호표를 나눠주던 우체국 직원이 "우표첩은 수량이 마감돼 오늘 못 사실 것 같다"고 했다. 그 뒤로 선 사람들이 한숨을 쉬었다. '우표첩'은 문재인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취임식 모습까지를 모아놓은 '나만의 우표'와 우표 16개짜리 '전지', 취임식 모습이 담긴 '시트' 등으로 구성된 세트 상품이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우체국에도 200여명이 몰렸다. 문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권용탁(36)씨는 "새벽 6시 30분에 18등으로 도착했다. 연차까지 냈다"고 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의 주요 우체국 앞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 9일 우정사업본부는 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온라인에서 사전 판매했다. 한 사람이 우표첩 100개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등 수요가 폭증하자 오후 7시에 중단했다. 이후 17일 오전 9시 인터넷과 전국 220개 주요 우체국에서 동시 판매를 시작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문 대통령 취임 기념으로 우표 500만장, 소형시트 50만장, 기념우표첩 3만2000부를 발행했다. 17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우표 464만1000장, 시트 47만2000장이 팔렸다. 우표첩은 완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당시엔 우표 218만장을 발행했다. 박 전 대통령의 두 배에 가까운 수량을 발행했는데도, 전국적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한때 유행이었던 우표 수집은 20~30년 사이에 그 인기가 시들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 우표' 인기는 이례적이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아쉬운 마음에 명동의 우표상을 찾기도 했다.

문 대통령 관련 상품 인기는 우표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을 '아이돌'처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문꿀오소리'로 부른다. 겁이 없기로 유명한 동물 '벌꿀오소리'를 빗댄 말이다.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글씨가 프린트된 물병을 가지고 다니거나, 손바닥 크기의 흉상 피규어를 주문해 침실에 놓는다. 문 대통령 얼굴을 새긴 배지도 나왔다.

최근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러브스토리 등을 주제로 스케치된 흑백 용지에 색을 입히는 '문재인 컬러링북'이 출시됐다.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 선거운동원들이 입었던 점퍼와 모자가 인터넷에서 거래된다. '문재인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적힌 파란색 후드 점퍼는 인터넷에서 5만~10만원에 팔린다.

입거나 사용하는 제품도 인기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안경테인 덴마크 상표 '린드버그'의 한 모델은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기자들과 등산할 때 입은 '블랙야크' 재킷은 단종됐지만, 구입 문의가 이어지자 재출시를 결정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완판남'으로 불린다.

서울 부암동의 한 카페는 '문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원두 비율'이라며 '문 블렌드'라는 메뉴를 내놓았다. 인기를 끌자 주변 다른 카페에서도 같은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5월 타임지 아시아판은 한국에서만 10만부 이상 팔렸다.

과거 '정치 팬'들은 특정 연령대나 지역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단국대 정치학과 김진호 교수는 "지금의 문 대통령 팬층은 연령대와 지역의 편중이 덜하다"며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를 일상의 일로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 관련 제품 구매도 연예인이 입던 옷을 사는 것처럼 하나의 유행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손호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