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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단독]최저임금 올려놓고 세종청사 밥값은 고정...'갑질'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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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구내식당 식단가 3년째 3500원 고정, 앞으로도 단가 맞춰라..."대놓고 중국산 김치 쓰라는 말" 반발 ]

머니투데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정부세종청사 6동 구내식당에 공무원들이 식사를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2016.9.28/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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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3년간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을 운영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간 가운데 두자리수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3500원으로 고정된 식단가를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상승으로 식단가 인상이 불가피함에도 정부가 급식 기업들을 상대로 '쥐어짜기식' 갑질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13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정부세종청사 1단계 구내식당 관리위탁업체 모집공고'에 따르면, 정부는 세종청사내 국무조정실과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1~6동 구내식당 4곳을 운영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식단가는 현재와 동일한 3500원으로 공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식단가는 3500원으로 당분간 변동이 없을 것이며 인상여부를 논의한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종청사 식단가는 2015년 3500원으로 200원 인상된 후 3년간 고정됐는데, 다시 3년간 이 가격에 맞추라는 뜻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높은 7530원으로 확정됐다.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인 것은 2007년 12.3% 이후 11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일반 서비스 업종의 경우 내년에 10~20%가량 요금인상을 준비중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검토" 발언에도 불구, 오는 2020년까지 1만원 인상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입찰은 5년만에 대기업 참여가 허용돼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부 공고에 급식회사들 대부분이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마디로 3500원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A급식업체 관계자는 "정부청사 사업은 상징성이 크지만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는 상황에서 손익을 맞추기 어려워 참여에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사실상 손실을 감내하고 들어오라는 것인데 오는 23일 사업설명회를 들어본 뒤 최종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B급식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4000원으로 올려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공고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면서 "정부가 시급을 올려놓고 업체들에 대한 단가는 고정시키는 것은 모순이자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업체가 수주하더라도 급식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C급식업체 관계자는 "급식은 단가가 맛의 팔할을 좌우하는데 수주를 하더라도 이 가격이라면 기존처럼 식자재를 쓰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사실상 중국산 김치같은 저가 식자재 사용을 조장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을 올렸다면 가격도 오르는 게 순리"이며 "다만 가격이 오르는 만큼 음식의 맛과 서비스도 좋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행안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임상으로 업체들이 부담이 된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에 대기업도 다시 참여하게 한 만큼 단가까지 올리기는 어렵다"며 인상요구를 일축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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