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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소상공인聯 "최저임금 법률대응 의뢰, 로펌도 정부 눈치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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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


[뉴스&와이] "소상공인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로펌들도 우리 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네요. 외로운 싸움이지만 어떻게든 바로잡고자 합니다. "

경제5단체도 대응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름도 생소한 소규모 단체가 비현실적인 내년도 최저임금을 바로잡겠다며 정부에 맞대응하고 있다. 음식점과 상점 등 소규모 도소매업체로 구성된 '소상공인연합회'가 바로 그곳이다.

법원에 최저임금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할 예정인 이 단체는 그러나 준비 과정부터 고난의 연속이다. 주요 로펌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의뢰하면 "새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없다"는 부정적 답변이 돌아오고 있는 것. 정권 초 최고권력의 위세에 눌려 재계와 학계, 법조계가 '돌출 행동'을 자제하는 전형적인 후진국병 증상이다.

불복 절차를 총괄하는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48·사진)는 6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조만간 시간당 7530원의 2018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한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를 상대로 재고시 요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 같은 고충을 호소했다.

의뢰한 5대 로펌 중 한 곳은 소속 변호사들이 "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지만 대표변호사가 "새 정부에 척을 졌다가 우리가 작살난다"며 수임을 거절했다고 한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이었던 그는 지난달 15일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서 올해보다 16.4% 대폭 인상한 안이 표결로 통과하자 사퇴를 결정했다. 비현실적인 인상폭을 바로잡고 표결 현장에서 목격한 정부 정책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자 내린 결단이었다.

그는 "위원회에 참여한 사용자위원들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등 헌법과 최저임금법의 가치와 정신에 공감한다"며 "문제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경제 현실과 법 절차를 무시한 왜곡된 프로세스로 결정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전 열악했던 노동 환경을 개선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꾀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저임금제가 문재인정부의 '2020년 1만원 달성'이라는 일방적 정책 좌표와 엮이면서 결과가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저임금법이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4대 기준을 고려해 결정토록 하고 있는데 이번 최저임금위 논의에서는 4대 기준에 대한 논의가 없어 위법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지불능력,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고용시장 영향 평가 등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데, 오로지 1만원 달성을 위한 연도별 상승률(평균 15.7%)을 노동자 측도 아닌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잘못된 의사결정은 되레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는데 2018년 최저임금이 바로 그 사례"라며 "위원회가 사측에 '무조건 6950원 이상 써야 한다'고 압박한 점, 기획재정부가 노사 양측에 대한 절충점으로 제시한 인상안조차 '15.7%(시간당 7490원)'에 달했던 점 등을 법원에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보전대책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소상공인 업종의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 313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내년 대폭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분은 최소 10조원이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부담금 보전 관련 정부가 발표한 3조원은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직접 임금보전 기간도 명시되지 않아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현 정부 기조에 의미 있는 것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뿐 아니라 중요한 다른 경제정책들이 정부 압박과 불공정한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서 결정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준사법기관(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이 기업들을 향해 "정부 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 "공권력에 도전한다면 용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는 통신비 인하, 세법개정안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 정부 기조와 반대 의견인 주류 경제학자들이 정부 공청회 등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초기 정권의 '심기'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재계와 학계의 '침묵'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 이사는 "소상공인연합회 말고는 다른 재계 단체가 모두 벙어리가 됐다"며 "심지어 재계 5단체 소속 회원 기업들이 우리에게 '제대로 대응을 해달라'고 격려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가 정상화하려면 노동시장 개혁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선진화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자 측이 16.4% 인상을 감내한다고 하면 반대로 노동계는 불합리한 노동시장 개혁 등 자구 노력 등 공통의 가치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합리화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상여금·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30년 전 도입된 최저임금제의 경제 선순환 취지가 완성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재철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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