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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45]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최다... 하루 700명 붙잡혀
밀입국 전문조직 '코요테' 활발한 활동
해상로에선 리비아-이탈리아 사이 지중해가 으뜸
미국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최악의 불법이민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인신매매 범죄조직이 미국에 밀입국하려는 90여 명의 사람들을 에어컨이 고장난 트레일러에 빼곡히 담아 실어나르다 고온과 질식 현상에 10명의 사망자와 3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신이 대다수인 이들 밀입국자는 미국-멕시코 국경 도시 러레이도에 모여 텍사스 샌안토니오로 향하는 트레일러에 올랐다가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이틀 뒤 유럽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발생했다. 스페인 시민단체가 25일 지중해 리비아 연안을 표류하던 소형 보트에서 난민 시신 13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임신부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밀입국자 가장 많은 곳은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세계에서 가장 밀입국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은 미국-멕시코 국경지대다. 미국 국경을 관할하고 있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 7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에만 2만1659명이 밀입국을 시도하다 붙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만 약 700명이 국경을 넘다 잡힌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강력한 국경 통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급감한 수치가 이 정도라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사이 과도기였던 지난 1월에는 무려 4만2500명이 국경경비대에 붙잡혔다. 하루 평균 1400명 이상이다. 그나마 이것도 '잡힌 사람'의 숫자만 따져서 그렇다는 것이니, 잡히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밀입국을 돕는 전문조직인 '코요테'도 멕시코에서 번성하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최근 코요테가 밀입국을 돕는 국경지대 터널의 존재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DEA에 따르면 1990~2016년 3월까지 총 224개의 터널이 발견됐고, 이 중 80% 이상인 185개 터널이 미국 영토에까지 도달했다.
밀입국 과정에서 숱한 이들이 희생당한다. 멕시코-미국 국경지대는 사막과 산악지대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곳을 넘다 탈수, 일사병, 저체온증, 기타 자연재해로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갱단에게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국경경비대는 말이 단속이지 위험에 처한 밀입국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구조활동을 벌이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됐다. 멕시코 정부에선 심지어 밀입국을 시도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안전 가이드북'까지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내용도 '범람하는 강물이나 험악한 산악지대를 준비 없이 넘지 마라' '미국 당국자들에게 발각되면 무리하게 도망가지 말고 순순히 체포돼 멕시코로 돌아와라' 등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해상로 중에선 지중해가 으뜸
지중해에선 매일 수많은 밀입국 시도자들이 고무보트나 뗏목 하나에 의존해 목숨을 걸고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이 루트의 주 이용 고객은 난민이다. 각종 분쟁에 시달리던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이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탈출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은 거리가 비교적 짧은 리비아-이탈리아 루트, 모로코-스페인 루트 등을 통해 '죽음의 항해'에 나선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에는 '난민 보트(refugee boat)'가 최근 등장해 논란이 됐다. 길이 8~11m, 너비 2~3m 정도의 이 고무보트엔 "정원이 꽉 차거나 물이 가득 고여도 가라앉지 않는다"는 등 난민 맞춤형 설명까지 달렸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몰려들었던 터키의 이즈미르 항구에선 '난민 산업'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들을 대상으로 밀입국 알선 브로커와 구명조끼 등을 파는 상인들이 모여들면서다.
지난해 11월 국제이주기구(IOM)는 난민 4621명이 지중해를 건너다 숨졌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금까지 2370명이 희생됐다. 올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은 총 11만4000명에 달한다.
◆미국-캐나다, 중국-인도 루트도 유명
미국-캐나다 루트는 정작 자국민은 없고 제3국 사람들이 애용하는 루트였다. 국경 관리가 허술한 점을 틈타 관광비자 등 단기비자로 캐나다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다시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미국으로 밀입국한 한국인도 많이 애용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이 많이 알려진 현재는 양국 정부의 철통 같은 감시로 밀입국이 많이 어려워졌다.
중국 티베트인들은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네팔이나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로 탈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루트는 티베트 고원과 히말라야 산맥으로 이뤄져 있어 난도가 매우 높아 동사·낙사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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