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짓고 있는 한국형 원전 -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2호기 공사 현장. 3세대 한국 표준형 원자로 APR-1400을 적용했다. 한국은 2009년 186억달러에 원전 4기를 짓는 계약을 맺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
◇원전 선진국 몰락… 지각 변동 시작
최고 원천 기술을 가진 두 회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3세대 원전(웨스팅하우스 AP1000·아레바 EPR)을 선보이면서 부활을 노렸다. 하지만 스리마일(1979년), 체르노빌(1986년) 사고 이후 30년 가까이 자국에서 원전 건설 경험이 없었던 탓에 공사는 잇따라 지연됐고, 막대한 손실을 봤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보그틀(Vogtle) 프로젝트는 애초 예산이 61억달러(6조8000억원)였지만 공기(工期)가 늦어지면서 매일 120만달러씩 비용이 늘었다. 총공사비는 140억달러(15조6000억원)까지 증가했지만, 현재로선 프로젝트가 완료될지조차 불투명하다. 외신들은 선진 원전 몰락에 대해 "미국·유럽 안전 규제 강화와 함께 자국 내에서 원전 건설을 하지 못하면서 부품 기업, 숙련 기술자 등 산업 기반이 붕괴해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가능 7개국… 한·중·러 급부상
원전 산업 관련 저널인 원자력 엔지니어링 인터내셔널(NEI)은 지난 4월 '(미국 보잉사에 대적하기 위해 유럽의) 여러 항공업체가 뭉쳐 에어버스(Airbus)를 만든 것처럼 서방 원자력계도 합쳐야 한국, 중국, 러시아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현재 원전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나라는 35개국이다. 이 중 수출이 가능한 곳은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와 한국까지 7개 나라가 전부다. 이 중에서 기술과 자금력 등 경쟁력을 갖추고 수주전에 나설 수 있는 곳은 한국·중국·러시아로 다시 좁혀진다. 세 나라 모두 자국 내 풍부한 원전 건설 경험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랜 원전 건설 경험을 가진 러시아는 3세대 원자로(VVER-1000)를 독자 개발해 해외 수출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원전 20기, 1330억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거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가장 늦게 프랑스와 캐나다·러시아 등에서 원전 기술을 도입한 중국은 2015년 개발한 3세대 원자로 '화룽 1호'를 주력 수출 원전으로 밀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원전 시장을 싹쓸이할 기세"라고 했다. 중국은 앞으로 1조위안(약 166조원)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EU, 일본은 이미 퇴장했고, 프랑스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이제 한국·중국·러시아 3개 나라인데 한국이 빠지면서 러시아에 도전할 만한 곳은 중국뿐"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최고 기술 갖고도 탈원전"
한국 원전 기술이나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도 이런 점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한국을 선호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수 한양대 교수는 "남들이 원전 안 지을 때 우리는 연구하고 개발하고 설계해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놨다"며 "과거 한국 원전에서 10년 일해도 경력을 5년밖에 안 쳐주던 IAEA도 요즘은 10년 이상까지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한국이 수출 시장에서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러시아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한국 원전은 중국·러시아와 비교해 안전성 면에서 세계 최고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중국이 거의 따라잡았다"며 "탈원전 여부를 떠나 막대한 원전 수출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어떻게 유지하고 경쟁력을 보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용 기자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