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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뉴스 TALK] 靑 일방통행식 소집에… 기업들 "우리가 그랬으면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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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집니다. 그런데 이 행사를 둘러싸고 초청 기업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시간 제약이 많은 오찬이 아니라 만찬을 택해 기업인들과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왜 불만을 터뜨리는 걸까요.

한 15대 그룹 대관(對官) 담당 임원은 "대기업 CEO들은 해외 주요 거래선과 비즈니스 미팅 등이 있어 적어도 두세 달 전에 일정을 잡는다"며 "분명히 지난주 '사전 조율' 격인 대한상의 행사에서 8월 둘째 주가 유력하다고 했는데,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일정을 공개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소통을 하자"는 취지의 간담회가 '불통'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죠.



조선비즈


일각에서는 "만약 우리가 협력업체 사장들을 이렇게 급박하게 불러모았으면 당장 '갑(甲)질' 논란이 불거졌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5대 그룹 고위 임원은 "지난번 방미(訪美) 경제사절단을 꾸릴 때도 행사 개최 5일 전에 명단이 확정돼 일부 참석자들은 워싱턴행 비행기 표를 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며 "아무리 청와대 행사여도 너무 급박하게 통보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렇게 모인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새 정부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려졌기 때문에 '소신발언' 하기가 더욱 힘들어 보인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공개적인 입막음'도 있었습니다. 경총이 최저임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다가 청와대로부터 공개 경고장을 받은 데 이어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소속 기업 이익 대변에만 앞장서면 전경련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이번 회동을 앞두고 지난 정부의 회동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주인이 손님을 미리 기다리는 등 '형식적인 관계'는 바뀔지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청와대와 이에 순종하는 재계의 '실질적인 관계'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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