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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놀면서 도전·실패 배워… '건강한 놀이 환경' 만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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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유아 창의사고력 키우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놀이를 시작한다. 놀이하며 스스로 결정하는 방법을 배우고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맛본다. 이 과정에서 성취감과 독립심, 끈기를 기르며 성장한다. 부모와 교사가 건강한 놀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최근 필자는 레지오 에밀리아 유아 교육 철학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의 소도시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그곳 아이들은 자연의 모든 것을 놀잇감으로 이용하고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는 등 교실 안팎에서 다양한 놀이 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놀이는 치밀하게 계획된 틀 안에서 이뤄진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영리하고 활동적이며 호기심 많은 '독립적인 탐구자'로 보고 아이들의 관심사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학습 커리큘럼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계한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사와 부모, 여성운동가, 행정가, 교육학자 등이 모여 공동생활과 나눔, 교육기관과 가족 간 유대관계를 강조한 데서 태동했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흥미를 유발한다는 장점 덕분에 1991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유아 교육 이론'으로 꼽기도 했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의 핵심은 '경험'이다. 아이들은 친구와의 갈등, 화해, 어울림 등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자란다. 직접 체험하며 배운 것은 강의식 수업보다 기억에 오래 남으며, 삶의 기반으로 자리 잡는다. 필자도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친구 또는 가족과 뛰놀며 수많은 놀이를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친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사회성 및 정서 발달은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친구를 만들고, 어떻게 한 사회 집단에 소속되는지,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는지를 체득한다.
조선일보

교사 역할도 중요하다. 교사는 동기 부여자이자 학습 파트너로서,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아이들이 또래와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의 흥미와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제3의 교사'라 불리는 학습 환경은 창의력과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여러 재료를 배치하고 자연광을 활용하거나 학생 작품을 전시하는 등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레지오 에밀리아 교사와 연구원에 따르면 아이들은 다채로운 소재의 재료를 활용한 활동과 더불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돕는 어른과 함께할 때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Jeju)의 유치부 교육과정은 이러한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다. 오는 10월 개교 예정인 이곳에서 아이들이 제주라는 천혜의 자연을 교재 삼아 열정적 탐험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게 돼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호기심과 열정을 발견하고, 친구뿐 아니라 어른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경험한다. 이 교육 방식은 다른 교육기관이 시행하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 때문에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이 교육 방식은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노는 시간이 아이 정서와 인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부모 행동을 거울삼는 아이에게 부모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습은 하나의 동기 부여가 된다. 자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주는 부모가 아니라, 부모 스스로 좋은 학습 모델이 돼야 한다. 부모가 가정에서 좋은 환경을 제공할 때 아이는 더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시 몰나르 SJA Jeju 유치부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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