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2012년 6억5천→2017년 12억1천…회사는 8조 공적자금 받아
'실적 대폭 상승' 경영성과 따른 보상…일각선 도덕적 책임 제기
하성용 전 KAI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고동욱 기자 = 원가 부풀리기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연임 로비를 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대표가 재임 기간 보수를 두 배 이상 올려 받는 '셀프 인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개된 지난 5년간 KAI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 전 대표가 2013년 5월 취임한 이후 KAI 대표의 연간 보수는 6억원대에서 12억원대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하 전 대표의 전임인 김홍경 전 대표는 2012년 6억5천200만원을 받고 2013년에는 퇴직금을 포함해 5억5천8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하 전 대표는 8개월간 재직한 2013년에는 보수 공개 기준인 5억원을 넘기지 않아 연간 급여가 공개되지 않았다.
그의 2014년 보수는 7억5천600만원으로, 2년 전 대표이사의 총 급여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이듬해 하 전 대표의 연간 보수는 8억3천100만원으로 다시 7천500만원 상승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하 전 대표는 무려 4억원 가까이 인상된 12억1천3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2012년 6억5천200만원을 받은 전임 대표와 비교하면 4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보수가 오른 셈이다.
2014∼2017년 하 전 대표의 보수를 내역별로 분석해 보면, 급여가 6억7천800만원에서 9억2천600만원으로 2억5천만원 가까이 올랐고 상여도 6천900만원에서 2억7천3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상승했다.
다만 하 대표가 재직하던 기간에 KAI의 실적이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2012년 1천257억원이던 KAI의 영업이익은 2013년 1천24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하 사장 부임 이듬해인 2014년 1천612억원으로 뛰었다.
이어 2015년 2천856억원, 2016년 3천149억원 등으로 연달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액 역시 2012년 1조5천346억원에서 2013년 2조163억원, 2014년 2조3천148억원, 2015년 2조9천10억원, 2016년 3조1천6억원 등으로 급등했다.
따라서 하 전 대표의 연간 보수가 재임 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경영상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KAI가 민간기업이라 해도 8조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이고, 방위산업의 특성상 납세자들의 돈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이렇게 대표이사의 보수를 곧바로 크게 올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AI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대우중공업·삼성항공산업·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돼 설립된 국내 최대 방산업체다.
검찰은 KAI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여기에 하 전 대표가 정치권의 비호 아래 측근들과 함께 KAI를 '사유화'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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