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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정부의 ‘스타트업 사업 베끼기’ 규제할 ‘SW영향평가제’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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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공기관이 민간이 내놓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차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방지하려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공공기관이 개발해 민간에 무상으로 배부하는 정보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전에 검증·평가해 시장 침해 가능성 등을 파악하는 ‘소프트웨어(SW) 영향평가제도’를 규정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송 의원 측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중소 기업 등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해 피해를 주고 있어 이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영향평가제를 도입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건실한 민간 자본이 돌아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송 의원 측의 지적처럼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의 사업 아이디어 등을 대가 없이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은 온라인 사기 예방 서비스 ‘더치트’가 만든 앱과 거의 비슷한 기능을 담은 앱을 만들어 활용하면서 민간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치트는 인터넷 중고 거래 등 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공유해 추가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경찰은 몇년 전부터 이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사이버캅’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해당 업체는 이용자 감소 등의 피해를 입었지만 경찰은 해당 업체에 표창장만 줬을 뿐 아이디어를 사용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개별 관광객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구축한다는 목표에서 지난 4일까지 사업 참여자를 모집했다. 관광공사의 사업 계획에 따르면 이 웹사이트에는 테마별 관광콘텐츠, 추천 여행코스, 온라인 프로모션 등이 담겨있다. 먼저 비슷한 사업을 해온 여행 분야 스타트업계는 이에 반발했다.

한 여행 업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지적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정부기관이 창업을 장려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 분야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은 규제 권한을 적절히 사용해 시장 경쟁이 잘 되도록 해야지 직접 플레이어가 되서 민간의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기관과 민간이 담당할 서비스 영역을 확실히 구분짖기 어려우며 이런 법규가 오히려 민간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공공기관 입장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있을텐데 그걸 꼭 민간에 맡겨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시장 침해시 여론에 의한 자정 작용에 맡기면 되지 이를 규제한다면 공공기관에서 서비스를 발주하거나 민간에 위탁해 사업을 진행할 때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에 의한 민간 시장 경쟁의 침해) 문제에 충분히 공감은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규제를 만들다 우리나라가 ‘규제 대국’이 됐다”며 “민간에서 잘 안되기 때문에 공공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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