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당은 증세가 대다수 일반기업이나 개인과 무관한 ‘핀셋 증세’라고 한다. 추 대표의 증세안은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고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2%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증세 대상이 일부라는 점을 강조해 국민적 조세 저항과 반발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여권이 증세 타깃으로 보는 대기업은 126곳으로, 대부분 한국의 대표 회사다. 세율 인상으로 3조 원을 더 걷을 수 있다지만 조세 부담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세금도 줄어든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해외로 이전해 결국 일자리도 감소한다. 미국(35%) 독일(30%) 프랑스(33%) 등 선진국의 법인세율이 우리(22%)보다 높아도 2000년 이후 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를 15%로 내리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나라는 세율을 상쇄할 만큼 기업 환경이 좋다.
새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화하려던 증세를 앞당기려는 것은 이것 말고는 국정과제에 드는 예산 178조 원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 지지율이 높은 지금이 정치적 반대를 뚫고 민감한 과제를 밀어붙일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론화 절차를 건너뛴 채 속도전에 나서면 뒤탈이 날 수 있다.
법인세 인상 논란은 지난 정부 내내 계속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이슈다. 세금 항목을 하나라도 건드리면 정부-기업-가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 없이 세법을 손대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가 다음 달 2일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교한 세제개편은 어렵다.
더구나 근로소득자 46.5%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현실을 두고 증세를 추진하면 조세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적 계산만으로 ‘핀셋 증세’를 강행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 첫해 청와대 당국자의 ‘거위 깃털 뽑기’ 발언으로 시작된 세법파동이 다른 형태로 재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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