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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주 팔자의 기원은 ‘주역’ 아닌 ‘음양오행’[내 팔자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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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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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팔자를 중심으로 운명을 헤아리고 점치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명리학(命理學)으로 불리고, 중국 대만에서는 산명학(算命學), 일본에서는 추명학(推命學)으로 불립니다. 산(算)은 계산한다 할 때의 산(算)이고, 추(推)는 추리한다, 추산한다 할 때의 추(推)입니다. 인간이 생겨났을 때부터 명리학이 있지는 않았을 테니 도대체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흔히들 명리학의 기원이 동양 최고의 철학서인 주역(周易)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역은 인간의 도리, 행동할 바를 밝혀주는 주옥과 같은 말들이 있는 인생 지침서입니다. 유교에서도논어 맹자와 함께 최고의 경전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점을 치는 책이었습니다. 전쟁, 세습자 선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점을 친 내용을 기록하고 맞는 것과 틀린 것들 것 분류해 쌓아온 내용들입니다. 점괘를 말하는 내용 가운데 세상의 이치, 인간의 도리를 말하는 내용들이 많아 의리역(義理易) 즉 철학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명리학은 자신이 태어난 연 월 일 시의 천간과 지지 여덟 글자를 두고 음양(陰陽)과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五行)으로 분류해 이들의 상관 관계를 가지고 운명을 논합니다. 다시 말해 명리학의 기원은 음양오행론이라고 할 수 있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역에는 음양, 오행이란 용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강하고 부드럽다는 강유(剛柔)라는용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음양(陰陽) 중 陰의 어원은侌. 云 즉 구름 雲이 붙어있는 글자입니다. 즉 구름이 드리워져 햇빛이 들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陽의 어원은 昜입니다. 지평선 위에 해가 뜨는 모습입니다. 勿은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혹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아무튼 해가 땅 위로 솟아 올라 빛은 내는 것이 昜입니다. 시경 서경 주역 등에서는 음양은 모두 흐리다 밝다 등 자연계의 현상을 가르칠 뿐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음양이 철학적 의미로 사용되는 첫 문헌적 사례는 ‘노자’입니다. 그리고 주역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술된 계사전 등
역전(易傳)들에서 비로소 음양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사주 팔자를 두고 풀이하는 명리학과 팔괘를 중심으로 점을 치는 주역점은 방법도 전혀 다르고, 해석하는 문구도 같을 수가 없습니다.

음양오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제나라의 추연(鄒衍)이란 사람으로 꼽습니다. 주(周)-진(秦)-한(漢) 왕조의 교체를 각각 화 수 토 오행의 상극에 따라 순서대로 이뤄진다는 오덕종시설을 편 사람입니다. 이후 한나라 동중서 유향 등에 의해 확립 전파돼 한자 문화권의 지식인과 백성들의 머리속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귀에 대고 장군님이 속삭인다고 하는 무당 계열의 신점(神占)과 달리 일간 중심으로 사주팔자를 해석하는 현대 명리학의 원조는 서자평이란 사람입니다. 여기에서 현재 사용하는 다양한 해석의 원리와 기법들이 제시되고 있고, 이후 여러 책에 의해 보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강(自彊)이석영(李錫暎․1920~1983), 도계(陶溪) 박재완(朴在琓․1903~1992),제산(霽山) 박재현(朴宰顯․1935~2000) 세 명이 현대 명리학의 대가로 꼽히고 이들의 저서 및 산명법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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