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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제약업계 뉴리더]⑱ WHO 필수의약품 개발 신풍제약 오너 2세 장원준 사장 ‘화려한 복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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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분식회계, 리베이트 파동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중견 제약회사 신풍제약이 자체 개발한 신약 ‘피라맥스(국산 16호)’로 올해 글로벌 시장 개척과 실적 턴어라운드(개선)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 사실상 ‘은둔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풍제약 오너 2세인 장원준(사진) 사장의 연구개발(R&D) 의지가 현재 임상 중인 뇌졸중 치료제에서 빛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신풍제약(019170)은 2000년대 초반부터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오너 2세 장원준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지 1년 만인 2010년 역대 최대 매출인 2257억원을 달성했다. 2011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장 사장은 대표 취임 2년 만에 물러났고, 2010년 400억원을 넘었던 영업이익은 2015년 37억원으로 급전직하(急轉直下)했다.

실적 추락에는 대외 환경 영향도 있었다. 2012년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정책 시행, 국내 영업환경 변화 등이다. 장 사장이 대표직에서 사임한 뒤 현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회사 경영을 총괄하기까지 전문경영인 교체가 2차례나 있었다. 2014년 대표로 선임된 유제만 대표는 올해 3월 주총에서 재선임돼 2020년까지 신풍제약 경영을 총괄한다.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목표인 신풍제약의 최대 기대주는 2000년부터 12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알약)’이다. 피라맥스정은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 의약품 리스트에 올랐다. 글로벌 매출이 본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임상 전기 2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뇌졸중 치료제 ‘SP-8203’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전문의약품 비중이 80%에 달하는 중견 제약사인 신풍제약의 오너 2세 장원준 사장이 피라맥스정과 혁신신약 성공으로 화려하게 복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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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 최근 10년간 경영실적 추이(단위: 억원)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공(조선비즈 재구성)



◆ 오너 2세 경영,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파동으로 흠집

오너 2세 장원준 사장의 부친인 고(故) 장용택 회장이 1962년 설립한 신풍제약은 관절 기능 개선제·소염진통제·항생제 등 전문의약품(처방약) 중심의 중견 제약사다. 전문의약품 비중은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한다. 270여개의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일반약)을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으며, 순환기용제·항생제·항암제·진통소염제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장원준 사장은 신풍제약 창업주 고 장용택 회장의 1남 4녀 중 장남으로 아주대 국제대학원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풍제약에 입사한 뒤 기획실장, 전무,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수업을 받은 장 사장이 2009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신풍제약은 본격적으로 오너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장 사장 대표 취임 이후 신풍제약의 고속 성장을 이끌며 연착륙할 것으로 보였던 2세 경영 체제는 2년 만인 2011년 위기를 맞았다. 2011년 신풍제약의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파동으로 장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당시 증권선물위원회는 “신풍제약은 2009년과 2010년 실적 중 매출채권을 100억원 넘게 과대 계상했고, 의약품 판매대금을 리베이트에 사용하고도 이를 회계에 잡지 않았다”며 장 사장 해임을 권고했다.

제약업계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에 취임한 장원준 사장이 최대주주로서 ‘칩거 경영’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대외 활동을 자제한 장 사장은 올해 2월 서울대 약학대학 건축 및 시설확충기금으로 10억원을 기부하는 행사에 등장했다. 작년 3월 노환으로 별세한 부친 장용택 창업주의 모교가 서울대 약대다. 장 사장은 기부금 전달식에서 “부친은 모교인 서울대 약대가 신약 개발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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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8일 서울대 약학대학 신약개발센터 신풍홀에서 故 송암 장용택 신풍제약 회장의 1주기 추모식과 흉상 제막식이 엄수됐다. 왼쪽 첫 번째가 장 회장의 아들인 장원준 신풍제약 사장. / 신풍제약 제공



◆ 국산 16호 신약 ‘피라맥스’ 개발 성공…R&D 투자도 확대

신풍제약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2012년 2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신약 허가 승인을 받은 피라맥스를 개발하며 R&D 역량에 두각을 드러냈다. 신풍재약은 WHO와 글로벌 펀드인 게이츠재단의 말라리아퇴치의약품벤처(MMV) 연구비 지원을 받아 피라맥스 개발이라는 성공 사례를 일궈냈다.

신풍제약은 “1999년부터 WHO, MMV와 공동으로 치료율 99.9%의 효과와 1일 1회 투약이라는 간편한 복용법으로 공급 약가도 저렴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개발에 성공했다”며 “국제적 연구 프로젝트로 글로벌 신약 개발에 성공하며 R&D 능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피라맥스정은 지난달 WHO의 필수 의약품 리스트에 올라 올해부터 수출로 인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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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이 개발에 성공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정제와 과립 / 신풍제약 제공



피라맥스의 EMA 허가를 주도한 인물은 유제만 현 대표다. 유 대표는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동화약품 연구소장과 제일약품 R&D본부장을 거쳐 2011년 신풍제약 R&D 본부장으로 영입됐다. 올해 초 유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회사가 정체기를 걸었지만 올해부터 피라맥스의 해외 진출 등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에 접어들면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풍제약의 혁신 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 중 개발이 가장 진전된 뇌졸중 치료제 ‘SP-8203’에 대한 기대도 크다. 신풍제약은 올해 안으로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미국 LA에서 열리는 국제뇌졸중콘퍼런스(ISC)에서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임상 결과가 좋을 경우 해외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도 고려 중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뇌졸중 치료제로는 tPA(정맥 투여용 혈전용해제)인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액티라제’가 유일하다. SP-8203은 동물실험 등에서 뇌졸중 발생 6시간후 tPA와 병용 투약에서 추가 출혈 및 사망률 개선의 유의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 약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기전의 골다공증 치료제 ‘SP-35454’는 지난해말 유럽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현재 골절 치료에 초점을 맞출지, 암세포 골전이 차단에 집중할지 임상 2상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은 급성 심부전 치료제 ‘SP-2236’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은 장원준 사장 체제 이후 공격적인 R&D 투자를 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10%까지 R&D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신풍제약의 R&D 투자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7%대였다. 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자체 개발 중인 혁신 신약 2개를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R&D중인 개량신약 등 10여개 품목을 차세대 성장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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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 오송공장 전경. 신풍제약은 경기 안산시에 제1공장, 제2공장, 제3공장을 갖고 있다. 330억원을 투자해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에 항생제·항암제 전용공장을 신축, 2013년 1월 11일 KGMP 승인을 획득한 뒤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 신풍제약 제공



◆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신성장동력 확보

신풍제약은 지난해 회사분할 형식을 취하지 않고 오너와 특수관계인이 신설한 지주회사 ‘송암사’에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신풍제약의 창업주인 장용택 회장이 별세한 뒤 이뤄진 지주사 체제 전환은 지주사 기능을 하는 송암사를 세운 뒤 이뤄진 후속 작업이다. 송암사는 창업주인 고 장 회장의 호 ‘송암’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신풍제약은 2016년 4월 지주사인 송암사를 설립하면서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회사의 재무구조도 안정화시켰다.

신풍제약은 당시 “오랫동안 준비해온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등의 R&D에 투자할 목적으로 송암사를 대상으로 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피라맥스를 필두로 올해 신풍제약이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1년, 유럽에서는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알약 제형인 피라맥스정이 신약 승인을 받았으며, 소아용 가루약 피라맥스 과립은 유럽에서 2015년, 한국에서는 2016년에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김현욱 BNK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신풍제약에 대해 “올해 하반기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한 피라맥스 정제와 과립 제형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로 인해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개발 제약사’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령화에 따른 노인질환 의약시장 확대 등 대외 환경이 신풍제약 입장에선 괜찮고, 자체 개발 신약인 피라맥스의 상용화로 외형 성장의 기반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올해 이후 신풍제약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강인효 기자(zenit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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