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50대 이상 장·노년층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존 고용보다 신규 채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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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16.4% 인상한 뒤 벌어진 ‘일자리 논쟁’의 핵심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다. 옹호론자들은 사업체가 임금 인상 압박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산할 수 있어 실제 고용 감소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저소득층 소비 여력 증가에 따른 신규 고용창출까지 감안하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비판론자들은 인건비 부담이 대폭 늘면서 대규모 감원과 자동화를 통한 신규 고용 축소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채산성이 맞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폐업 증가도 이들의 핵심 논리 가운데 하나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한국 노동 시장의 작동 양상을 보았을 때, 새로 창업하는 소기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인 미만을 고용하는 소기업, 특히 창업 직후 소기업이 일자리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새로 만들어진 기업들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노동력을 덜 쓰는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고용을 줄일 수 없는 여러 사정이 있지만, 창업 기업은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신규 채용 위축으로 전가(轉嫁)되는 문제가 극대화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 고용 위축이 예상보다 대규모로 진행될 수도 있다.
◆ 고용창출 대부분은 소기업 창업에서 나오는데… “최저임금 영향 커”
한국 노동 시장에서 새로 창업하는 기업, 특히 9인 이하 소기업이 다수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최저임금 논쟁에서 기존 기업의 고용 및 근로조건보다 창업 기업의 고용 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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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배, 이윤수 서강대 교수, 조장희 제주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난 6월 일본경제학회가 발간하는 저패니즈이코노믹리뷰에 ‘일자리 창출과 파괴- 한국에서 소기업 및 젊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증거 자료(Job Creation and Destruction: New Evidence on the Role of Small versus Young Firms in Korea)’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통계청이 발간하는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기업 규모별, 연령별로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살폈다.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과 사라진 것을 차감한 순고용창출은 연 평균 68만9800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인 미만 소기업이 창업하면서 창출한 고용은 64만600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인 이상 250인 미만의 중(中)기업 창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19만1700개였다. 중소기업 창업이 84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10인 미만 소기업이 전체 고용 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5%에 달했다.
반면 대기업은 일자리 증가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250인 이상 회사에서 늘어나는 일자리는 연 평균 2900개에 불과했다. 신생 기업은 8200개를 만들었고, 업력 10년 이하 젊은 기업에선 86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업력 10년 이상 성숙기업의 일자리 증가는 3300개였다.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은 총 7만3700개에 불과했다. 오히려 업력 1~10년인 중소기업은 폐업률이 높아 일자리가 순감소했다. 전 교수는 “중소기업이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긴 하지만, 생존률이 미국 등과 비교해 낮은 편이라 장기간에 걸쳐 일자리를 유지하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채용이 꽤 큰 규모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신생 소기업일수록 저임금근로자 채용 비중이 크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가 2012년 ‘최저임금의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채용 억제 효과’ 논문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인상될 경우 광공업이 저임금 근로자 신규 채용을 13.9% 줄인 것을 비롯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11.7%, 금융보험 및 부동산업은 7.4%를 각각 줄였다.
사업체 규모 별로는 5인 미만은 9.3%, 5~39인은 2.1%, 30~300인은 2.4% 각각 저임금 근로자 신규 채용을 줄였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2.3% 늘렸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고용 조정은 어렵기 때문에, 이들의 실직은 일어나기 어렵지만 그만큼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강도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중소기업, 특히 영세 소기업 일자리는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그 새 일자리는 많은 경우 갓 창업한 곳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신규 채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사업장 보다 전체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가 확대된다.
◆ 자영업자에 미칠 효과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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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은 2015년 발간한 ‘최저임금이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에서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경우 전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증가 폭을 추정했다. 관찰 및 분석이 어려운 이익 대신, 매출과 인건비 변화를 본 뒤 이를 토대로 이익 감소 폭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2018년 최저임금 증가율(16.4%)을 반영한 업종별 인건비 비중 증가를 보면 2018년에는 음식점은 1.2%포인트, 소매 1.0%, 경비나 청소 인력이 포함된 부동산 사업지원서비스는 1.9%포인트, 예술·스포츠·여가는 2.0%포인트 각각 인건비 비중이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54.6% 늘어난 시간당 1만원이 됐을 때 인건비 비중은 음식점 4.0%포인트, 숙박 3.1%포인트, 소매 3.1%포인트, 사업지원서비스 6.3%포인트, 예술·스포츠·여가 6.6%포인트 올라간다. 요컨대 다른 비용 요인이 같다면 사업을 계속 꾸려나갈 수 없을 정도로 이익이 줄어드는 수준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를수록, 고용 감소 효과는 더 커진다. 미국 워싱턴대 공공행정대학원 연구팀이 2015~2016년 시애틀의 대규모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47센트에서 11달러로 16.2% 올렸을 때 노동수요 감소효과(탄력성)는 최저임금 1% 당 0.97~1.8%였다. 2016년 최저임금이 12~13달러로 더 오르자 2.66~3.46%로 껑충 뛰었다. 또 일자리 감소 효과는 시간당 9~13달러로 최저임금 정도를 받는 근로자들에게 집중됐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올해 16.4%, 2020년까지 45% 정도의 임금 인상 충격이 가해질 경우, 사업자들이 소규모 조정을 통해 이를 감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임금이나 중간재 가격 등이 오르게 될 것”이라며 “고용 감소의 부정적 효과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요식업 근로자 가운데 시급 9~13달러인 저임금 근로자에게 집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에카테리나 자딤 등(2017년) |
한국노동연구원은 2015년 보고서에서 2015년 수준(7.1%)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직접적인 고용 감축 효과는 6만명 정도이고, 소득·소비 증대로 인한 고용 증가가 5만6000~6만4000명 정도라 전체 취업자 수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분석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일자리는 경제 전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발되는 것이라, 고용 감축이 집중된 미숙련 저임금 일자리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임금상승률이 3년 간 총 45% 가량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 감소 효과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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