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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우리은행 완전 민영화 초읽기…특정인에만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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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빠른 결정" 발언에도 "섣부르다" 지적 잇따라.. 공청회 필요성도 제기

CBS노컷뉴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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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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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등 업계가 "빨리 추진해야 한다"며 새 정부 과제로 줄기차게 거론해온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매각 방향에 대한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하면서 작업에 힘이 실리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섣부른 매각이 불러올 엄청난 후폭풍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을 '실책'으로 남을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만큼 무작정 속도를 내기 보다는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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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이광구 행장 (사진=자료사진)


◇ 박근혜 '서금회 출신' 이광구 은행장과 직결된 매각

최종구 후보자는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에 대해 최대한 빨리 결론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과제로는 언급됐지만 논의 여부가 불투명했던 이슈에 금융권 수장이 불을 지핀 것이다.

우리은행은 격하게 환영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선 만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한 우리은행 관계자가 전했다. 이광구 은행장의 실적과도 맞닿아있는 '완전' 민영화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은행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 '서금회' 출신이다. 업계에서 "서금회가 각별히 챙겼다"는 말이 정설로 도는 가운데, 그는 민영화 성공과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했다.

이 행장은 완전한 민영화와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라는 당면 과제를 전면에 내세운 상태다. 당장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지분(18.78%)을 2대 주주(6%)보다 낮추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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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로선 헐값 매각 논란 불가피

하지만 정부와 업계 일각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근본적으로 공적자금 회수율을 고려할 때 "굳이 지금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필요할까"라는 질문부터 나온다. 19일 기준 우리은행 주가는 정부가 올해 초 7개 과점주주에 팔았던 매각 가격(1만 1800원)보다 50%나 오른 1만 8600원을 기록했다.

흐름상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지분을 매각을 한다는 것은 공적자금 회수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정부 스스로 저버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공적자금을 많이 회수하려면 분산매각을 해서는 안되지만, 분산매각 방식으로 결정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정부가 현 시점에서 지분 매각을 굳이 추진한다면 훗날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정부가 대한생명을 한화그룹에 헐값으로 매각해 특혜 논란이 가열됐다.

자연스레 현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은산분리 원칙'도 우리은행 잔여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지주사 전환이 성사될 경우 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지주사 전환은 자회사들과 정보공유조차 할 수 없는 직원들의 자존심 문제"라며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지주화에 대한 위험성은 계속 언급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은행이 넘어갈 경우 은산분리 원칙, 은주(主)원칙이 깨져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은행 성격상 공공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국내선 1순위 거론되는 업체, 특혜시비 가능성

특혜시비 역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유력한 1순위 인수자로 거론되는 곳은 한국투자금융지주다. 동원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분 4%를 사들여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등 우리은행 민영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계 유일의 호남 지주사로 통하는 곳이 한국투자금융지주"라며 "정부와 끈이 닿아있다는 말이 많은데, 이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매각 형태가 이뤄지고 절차가 진행된다면 특혜 시비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인수자가 나서지 못하고 중국 자본을 비롯한 외국계 자본이 나설 경우 시장이 겪을 충격파나 불안정성도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을 섣불리 진행하기보다는 공청회 등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원칙'을 세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식을 분산매각으로 할 지 여부,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적기, 매각 대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투기자본은 제외한다는 등 (매각) 원칙을 재정립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것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 이슈에서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방향까지 고려해 제대로 준비를 한 다음 사회적 합의를 구하고 (매각 순서로) 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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