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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최저임금 7530원 후폭풍] ① 억대 투자한 소상공인, 파트타임 시급보다 900원 더 받는다..."창업 시장 위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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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됐다.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하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청신호라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수익성 악화와 폐업, 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는 창업 시장의 현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조선비즈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 끝에 15대 12로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7530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확정했다. /조선일보 DB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대폭 오르며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인상폭은 지난해 7.3%보다 두 배 이상 오른 16.4%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07년(12.3%) 이후 처음이다.

파트타임 근로 직원의 수가 많은 프랜차이즈 업계는 당장 인건비 부담에 따른 매장 운영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의 고용이 위축되고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파트타임 근로자의 생활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최저임금이 예상외로 큰 폭 인상되면서 불황에 비용 부담까지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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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에 인건비 부담까지”...위축되는 창업 시장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 경제총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28만원이다. 가맹점 아르바이트생이 하루 8시간씩 한 달에 26일을 근무(208시간)했다고 가정할 경우 급여는 현재 최저임금(시급 6470원) 기준 134만5760원이다.

하지만 점주의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오히려 점주의 시급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발생한다. 서울시의 자영업자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24분인데 이를 26일 근무로 환산하면 한 달에 244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점주가 받는 시급은 9344원이다.

내년 최저 임금 7530원을 적용하면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간 시급 격차는 더 줄어든다. 동일 기준으로 아르바이트생 급여는 156만6240원으로 늘어나지만, 점주의 영업이익은 205만9520원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점주의 시급은 8440원으로 아르바이트생과의 차이가 시간당 900원에 불과하다. 점주가 억대의 돈을 투자했고, 실패에 따른 리스크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점주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등 파트타임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 기존 자영업자의 폐업에 이어 창업 시장도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비 창업자 김모씨는 “아무리 소규모 창업이라 해도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창업을 준비하는데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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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바구니 물가 상승 우려...“결국 소비자 부담”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전체 임금은 1%쯤 상승하고 물가는 0.2~0.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물가도 인상되고,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대다수는 영세 자영업자이고, 인건비 상승은 가격 인상 요인이어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치킨, 피자 등 배달 위주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큰 만큼 인건비가 상승하면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기엔 부담이 크다. 최근 들어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이 갑질 논란과 함께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건비는 결국 원가 부담이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 올라가면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달 위주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인상하면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원인 제공자로 비춰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구체적인 정부 지원은 미정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자 이를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 지원에 약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금액과 지원 대상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수치상으로 예산 3조원을 전국 600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적용하면 한 달에 30~40만원 수준의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예산으로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증빙 자료 제출 등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게 전국 소상공인들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자영업자를 위한 구제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공동의장은 “정부가 소액⋅다(多)결제 업종의 카드 수수료 우대 적용과 임대료 상한제 등을 연내 입법화해 자영업자의 시름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유신 기자(run2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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