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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잔칫집' vs '딴 나라' 최저임금 인상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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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수십만원 월급↑…불법체류 등 법 사각지대 '꼼수'로 인상 피할듯]

머니투데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최저임금 인상으로 제조업체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이 최소 수십 만원 이상 오르면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서 온갖 '꼼수'에 노출된 농축산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최저임금 인상이 '다른 나라' 얘기다.

일단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최저임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총 96만2000명이다. 이들 중 48.7%(44만7000명)가 최저임금 인상률(16.4%) 영향권인 100만~200만원대 월급을 받았다.

합법적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국내에 들어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약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잔칫집 분위기다. 업계에선 기본급뿐 아니라 연장수당, 휴일수당, 퇴직금 등이 덩달아 올라 많게는 1인당 월 수십만원 이상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관계자는 "공장 등 단순 노동력을 제공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근로계약을 맺는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본급만 곧바로 20만원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현재 최저시급인 6470원을 적용해 주 5일씩 한 달에 22일 일했을 경우 월급은 113만8720원이다. 하지만 내년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 월급은 132만5280원으로 뛴다. 최저시급만 단순 계산해도 월급이 18만6560원이 오르는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 바 스래이 터치씨(캄보디아)는 "월급이 인상되면 아이들 교육도 넉넉하게 지원할 수 있고 생활이 좀 더 여유로워질 것 같다"며 "집이나 차도 더 좋은 걸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트남에서 온 도티 반 응아씨도 "월급 인상 소식에 주변 근로자 친구들이 매우 좋아한다"며 "하지만 회사에서 야근을 시키지 않거나 같은 시간에 하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안정의 전제조건이 안정적 경영인데, 영세업체에서 인상된 임금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부천이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경영이 제대로 안되면 대량 해고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예를 들면 외국인 노동자 3명을 운영하던 업주가 1명을 해고하고 더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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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러나 불법체류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법무부 출입국과 외국인 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22만3655명으로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 중 11.1%를 차지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1만 6555명 중 절반가량이 취업자인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노동자 5명 중 1명 정도는 불법 체류자인 셈이다.

원칙적으로 불법 체류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이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만 실상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불법체류자들이 적지 않은 농축산업 관련 일부 사업장에서는 온갖 '꼼수'로 최저임금 인상을 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거나, 지키더라도 과도한 숙식비 공제로 사실상 법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 B씨는 경기 이천 한 돼지농가에서 매일 10시간 이상 일하면서 월급 150만원을 받는다. 월 휴무일은 단 이틀 뿐이다. 이 금액에는 식대까지 포함돼 있다. 주변 농가에서 일하는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법체류자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 노동자 A씨는 지난해 경남 밀양 한 깻잎 밭 사업주와 월 224시간을 일하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 근로시간은 월평균 300시간에 달했다. 사업주가 계약서에 명시된 휴게 시간 3시간을 무시하고 노동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하루 11시간 근무, 월 2회 휴무의 고강도 노동의 대가는 월 100만~120만원에 불과했다. A씨 등 해당 농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을 기록했지만 증빙이 어렵다는 이유로 관계당국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안에 패널로 칸막이를 치고 마련한 3평 남짓한 공간에서 A씨 등 외국인 노동자 3명이 먹고 잤다. 주거비 명목으로 월급에서 공제된 금액은 1인당 월 20만원에 달했다.

시민단체 '밀양 깻잎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시민모임' 관계자는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급여를 정하는데 그 안에 주거비와 숙식비가 다 포함돼 공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셈인데 법과 실상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 김민중 기자 minjoong@,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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