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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최저임금 16.4% 인상, 새 정부 ‘임금 푸쉬’에 중장년 고용 곤두박질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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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달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측이 모두 참석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열려 위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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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주당 44시간 일한다고 가정할 경우 월 172만8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새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로 삼고,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역관계(力關係)가 노동 측에 유리하게 확 바뀐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15일 최저임금위원회의의 결정은 앞으로 정부가 주도할 ‘임금 푸쉬’의 시작에 가깝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자체가 임금 및 고용에 미칠 영향 ▲향후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 폭과 이를 예상한 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응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단속 및 기타 임금 관련 노동 규제를 엄격하게 집행될 가능성 등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많고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도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 물가 감안하면 인상률 전년 2.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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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연 7% 수준으로 인상률을 높이기로 하면서 가파르게 올라왔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2017~2018년은 한국은행 전망치 사용)을 감안할 실질 상승률은 14.2%로 올해(5.3%)의 2.7배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발(發) 최저임금 드라이브가 시작되기 전인 2013년(명목 6.1%, 실질 4.8%)의 3.8배 수준이다.

문제는 2019~2020년이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해마다 평균 15.2%씩 임금을 올려야 한다. 게다가 홍장표 경제수석은 아예 최저임금법을 바꿔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 수준으로 정하고, 단계적으로 인상하자는 지론을 갖고 있다. 기업과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향후 몇 년간 연 15% 이상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 셈이다.

2018년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463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23.6%에 해당된다. 전체 근로자 100명 가운데 24명가량의 급여가 오른다는 얘기다.

◆ 노동계 손 들어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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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역관계가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노동계는 ‘표정 관리’에 나섰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노동자 위원들은 "이번 결정안은 2∼3인의 가족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달성하지 못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 앞으로 더욱 매진하겠다"며 "양극화 해소와 중소 영세업자 영업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활동 등 경제 민주화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민주노총은 발표했다.

경영계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 것”이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기업,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을 심각히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액을 계산해 본 결과 올해보다 내년에 15조20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하면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지급능력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라고까지 말했다.

◆’최저임금 단속’ 파파라치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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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확정돼 사용자 측 이동응 위원(오른쪽)과 근로자 측 권영덕 위원(왼쪽)이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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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체에 대한 단속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체불임금 근절을 내세웠다. 최저임금 미만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2016년 현재 263만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1923만 2000명) 중 13.7%로 추산된다. 특히 지방의 경우 최저임금 적용이 느슨하다는 평가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한편 고용노동부 등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영계와 노동계의 전망이다. 정부는 6월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을 발표하고 노조활동 방해 등 노동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대대적인 근로 감독에 나섰다. 아직은 노조파괴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등으로 근로 감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대기업들의 횡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중소사업자들의 지위와 협상력을 높여 대기업과 대등하게 거래단가와 조건을 협상하도록 하겠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무비가 변동되는 경우 납품단가 조정신청 및 협의대상에 포함하는 등 전속거래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 근로자와 공무원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 급여는 시급 7276원이다. 정부는 8·9급 등 하위직 공무원의 임금 조정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020년까지 연평균 15.6%를 올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인 만큼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공무원 호봉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본급을 최저임금 수준에 고정하고,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 등을 더해 급여를 책정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중장년 일자리엔 큰 타격…직접 고용 감소 14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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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완만할 경우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도 중위임금(median wage·많은 순서대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받는 급여)의 50% 밑이면 적당하다고 본다. 또 고용의 구성에는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을 받는 미숙련 일자리는 줄고, 대신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숙련직 고용이 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간당 9달러47센트에서 15달러로 최저임금을 올린 시애틀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등 진보 세력이 3~4년 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움직여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있다. 그런데 시애틀의 경우 저임금 일자리가 대거 감소했다고 워싱턴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개별 사업장별, 임금 수준별 고용 변화를 미시자료를 활용해 분석했다. 가령 식당의 경우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이들이 집중적으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요식업 종사자 내 비율이 적어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한국도 이와 유사하게 중장년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형평가’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늘어나면 1.1% 정도 고용이 감소한다. 보고서가 사용한 평균적 고용탄력성(0.00057)을 적용하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감소하는 일자리는 13만9000개에 달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가로 인한 파급효과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다. 보고서는 2015년 수준(7.1%)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직접적인 고용 감축 효과는 6만명 정도이고, 소득·소비 증대로 인한 고용 증가가 5만6000~6만4000명 정도라 전체 취업자 수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분석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일자리와 줄어드는 일자리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4년 현재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 가운데 46%가 1~4인 사업장에 종사한다. 연령대 별로는 50세 이상이 44%, 24세 이하 18%다. 영세 기업이나 자영업에 고용된 중장년층이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타격을 받는 계층이라는 얘기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전성필 기자(fee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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