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월드 톡톡] 月 5만원도 못버는 쿠바 의사들, 먹고 살려고 해외로 도망치기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사 넘쳐… 웨이터보다 박봉… 무상의료 천국? 우린 노예"

재작년 미국 망명 1600명… 5년간 5배 가까이 늘어

쿠바 수도 아바나 태생인 로베르토 메히데스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같은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소망대로 의대에 입학해 심장 수술 전문의가 됐다. 쿠바의 1급 심혈관 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하고 의료 전문 잡지에 기고도 한다. 이렇게 그가 버는 한 달 수입은 쿠바 의사들의 월급 평균인 약 40달러(약 4만5000원). 가족 부양은 고사하고 집세를 내기도 버거운 수준이었다. 메히데스는 결국 2014년 이웃 에콰도르로 이주했고, 현재 병원 두 곳에서 월급 의사로 일하며 월 8000달러를 벌고 있다. 메히데스처럼 박봉을 견디지 못하고 쿠바를 떠나는 의료진이 늘면서 '의료 강국' 쿠바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건·의료 전문 매체 STAT 등이 보도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약 7000명의 쿠바 의사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NYT는 "해외로 망명하는 의사들이 최근 2~3년간 전년 대비 30% 정도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쿠바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의사만 9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인구당 가장 많은 의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사망률은 1000명당 6명이었다. 전 세계 평균 신생아 사망률(1000명당 42.5명)의 7분의 1 수준이다. 쿠바의 평균 기대 수명은 미국(79.3세)과 비슷한 79.1세다. 쿠바가 세계적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보유하게 된 것은 피델 카스트로(1926~2016)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집중적인 의료 육성 정책 덕분이다. 카스트로는 1959년 집권 이후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을 내세우며 의사와 간호사를 집중 양성했다.

하지만 의료진 과잉으로 의사들이 월급만 가지고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점이 문제가 됐다. STAT는 "쿠바에서 의사가 웨이터, 택시 기사, 관광 가이드보다 월급이 적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미대에 다니면서 사진작가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샌드라는 STAT 인터뷰에서 "쿠바에서 의사는 노예나 마찬가지"라며 "오랫동안 힘들게 공부했는데 이렇게 적게 버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NGO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전직 의사 세자르 알폰소는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브라질·멕시코 등으로 떠나거나 택시 기사, 여행 가이드 등으로 전업하면서 쿠바의 무상 의료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오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