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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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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이렇게라도 널 보고 싶었어" 사이버 스토킹 못 막는 ‘솜방망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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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범칙금 10만원 내면 ‘끝’ / “보복 우려해 고소 취하 사례 많아” / 日, 친고죄 없애고 처벌 강화 대조

세계일보

대학생 A(22·여)씨는 지난해 말부터 ‘사이버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다. 익명의 그는 카카오톡에 게시된 A씨의 사진을 보고 외모를 칭찬하기 시작하더니 A씨의 이름과 나이, 혈액형, 학교, 가족관계 등을 알아낸 다음 수시로 만남을 요구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A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가 직접적인 위협이 될 만한 발언과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소름끼치도록 무서워 외출도 못하고 휴학까지 고민 중”이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이른바 ‘사이버 스토킹’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경직된 규정과 솜방망이 처벌 탓에 사이버 스토킹을 막는 데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30일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스토킹 단속 건수는 2013년 312건에서 지난해 500건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등 증가 추세다. 그러나 스토킹이 친고죄에 해당돼 보복을 꺼린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상습적이고 명백한 위협행위가 없을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발생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사이버 스토킹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단속된 사이버 스토킹의 상당수가 범칙금 10만원 이하의 경범죄로 다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스토킹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경범죄 처벌기준도 약하다 보니 피해자가 스토커의 보복을 우려해 고소를 취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스토킹 범죄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 때도 발의됐지만 잠만 자고 있다. 올해부터 상대방이 거부하는데도 SNS 등으로 계속 메시지를 보내면 내용과 상관없이 스토커로 간주해 최고 1년의 징역형이 가능하고 친고죄 조항도 없앤 일본과 대조적이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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