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게시판이 젊은 직장인들의 회사 험담용 사이트처럼 저질화하는 현상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판사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행해지는 인격 파괴와 명예훼손에 대해 가장 엄격해야 할 사람들이다. 실제 그들 중 상당수는 이 같은 형태의 명예훼손을 처벌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 이른바 '키보드 워리어'와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는 건 이 나라 사법부의 수준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세계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 개별 구성원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는 나라다. 이 권위는 법적 지위이기도 하지만 구성원들 각자의 교양과 절제, 도덕률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신뢰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법관 사회의 실제 수준이 이 정도라면 그간 누려 온 위상이 민망해진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법부는 3권 분립상의 독립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내부 정치로부터도 독립되어야만 한다. 법원 내 특정 이념세력이 집단화, 정치세력화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사법부 인사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조직 수뇌부들이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사법부 독립은 그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게 된다. 판사들은 지금 자신들의 행동이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허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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