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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세상 읽기] 사회적경제는 경제 민주주의의 학교 /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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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는 겸손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정의로운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에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놓을 ‘좋은 시민’이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지난겨울, 전국의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은 좋은 시민으로 나서려는 열망의 발현이었다. 결집된 시민의 힘은 불통의 부패한 정권을 평화롭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우리의 사회 환경은 착한 사람에게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좋은 시민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국가에 애정을 가지고 동료 시민들을 신뢰하기에는 공동체의 토대가 약하고 불신의 골도 여전히 깊기 때문이다.

갈수록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삶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남들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가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냉소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월급도둑’, ‘노동착취’, ‘귀족노조’, ‘갑질’이라며 서로를 불신하고 비난하는 가운데, 우리의 심성은 거칠고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좋은 사람과 좋은 시민이 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경제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삶의 보루인 직장이 각자의 창의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보람과 자긍심을 주고 사회에도 도움이 될 ‘좋은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다면, 경제는 도덕감정과 시민정신을 북돋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좋은 기업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의 이름으로 그 역할을 키우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사업체들이다.

사회적 경제 사업체들은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존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의 장점들을 받아들여 새롭게 출현한 혼성적·복합적 경제조직이자 혁신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직원·자원봉사자·이용자·지원조직·지방정부 등의 적극적 참여와 민주적 운영을 토대로 공동체 전체나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장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다. 협동조합은 소비자·원료공급자·노동자·자영업자 등이 자본을 모아 1인 1표의 원리를 바탕으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소비하고 생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하며 좋은 일자리와 높은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사업체다.

사회적 경제 사업체들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기를 끌어내어 공감·협동·신뢰를 높이고, 그들을 경제 공동체 속의 책임 있고 유능한 시민으로 성장시킨다. 이들 사업체가 높은 직무 몰입 및 협업에 기초한 생산성 향상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은 국내외의 여러 연구들을 통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더 많은 일자리와 경제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천명했다. 새 정부가 이 과제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를 핵심 파트너로 삼기를 희망해 본다. 우리의 사회적·경제적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의식이 가장 충만한 경제 주체들, 영리·공공·시민사회의 다양한 경험들을 새롭게 조합해 그 해법을 찾아낸 혁신가들이 모인 곳이 사회적 경제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을 좋은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민주주의의 학교’이자, 그곳에서 창출된 도덕감정과 시민정신을 사회 곳곳으로 실어 나르는 ‘사회적 자본의 전달자’가 바로 사회적 경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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