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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여성 꿈 되살려주는 '희망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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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15년째 사업

한부모 가정 여성 자립·창업 지원

자금 빌려주고 교육·컨설팅까지

창업주 평균 소득, 1.7배로 늘어나

조선일보

2004년 7월 ‘희망가게 1호점’ 개업식에 참석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박상증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 아모레퍼시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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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게'가 저에겐 정말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우연히 신문을 보다 희망가게에 대해 알게 됐고, 창업 준비를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게 내 사업이고 내 가게라 생각하니, 의욕이 없던 제 삶에 책임감과 힘이 생겨났어요. 지금은 직원도 여럿 있는 어엿한 사장님이지요." (희망가게 39호점 창업주 주옥자 씨)

고된 현실 속에서 편견과 역경을 딛고 성공을 거둔 여성 CEO들이 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곳곳에 번져 있는 '희망가게'에서 지금 실제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모레퍼시픽의 희망가게 프로젝트가 15년째를 맞았다. 아름다운재단과의 파트너십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한부모 가정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창업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2003년 시작됐다. 여성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창업 대출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사업이라고도 불린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무담보 신용대출지원 사업을 뜻하는 용어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프랑스나 벨기에 등 유럽에서는 성공적인 사회 공헌의 사례로 자리 잡았다.

◇희망가게가 15년간 쏘아 올린 300개 꿈

아모레퍼시픽은 여성과 함께 성장해왔다. 여성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곧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길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희망가게다. 희망가게를 위한 기금인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아모레퍼시픽(태평양)의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회장의 유산으로 마련됐다. 한평생 여성과 아동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던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아들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가족들이 2003년 6월 30일 아름다운재단에 유산을 기부했다.

이듬해인 2004년 1호점 개점 이후 100호점(2011년), 200호점(2013년)을 거쳐 올해 300호점을 돌파했다.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86%의 창업주가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조사 결과 희망가게 창업주들의 평균 소득은 창업 전 평균 164만원에서 창업 후 평균 282만원으로 약 1.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희망가게 사업을 통해 음식점, 미용실, 꽃집, 개인택시, 매점, 세차장, 천연비누 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지원한다. 단지 창업 자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과 교육을 제공해 창업주의 온전한 자립을 돕는다.

지난해 대전에서 '장길춘 찌개&구들장 구이'라는 음식점을 오픈한 희망가게 286호점 창업주 장수진 씨도 창업을 준비하며 희망가게에서 진행하는 경영교육 프로그램을 들었다. 원재료와 부자재 관리, 인테리어 등 창업과 경영에 관한 복잡한 문제들을 교육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갔다. 지금은 단골손님도 생겼고 매출도 점점 오르고 있다.

◇나눔이 또 다른 나눔으로

희망가게 262호점 창업주 이민정 씨는 프리랜서 플로리스트 생활을 하다 희망가게 모집 소식을 접한 뒤 창업에 도전한 케이스다. 이씨는 "입지 선정부터 상권 분석, 인테리어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지만 희망가게의 컨설팅 덕에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게 일로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플로리스트 과정 교육을 받으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씨는 "국내에서 인정받는 '프로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나와 같은 고민을 가졌던 이들에게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희망가게 창업주들은 조금씩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됐다. 자신이 받았던 도움의 손길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희망가게의 우수 창업 아이템이나 가게 운영 노하우를 신규 창업자에게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희망가게 39차 희망자를 다음 달 7일부터 9월 8일까지 모집한다. 신청 시 별도의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지 않으며 신용 등급 관계없이 창업자금을 대출해준다. 맏이 기준 25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가정 여성(중위소득 70%, 월 소득 2인 가구 197만원, 3인 가구 254만원 이하 조건) 중 구체적인 창업계획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희망자는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은 뒤 우편이나 방문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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