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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반지하에 사는 모자에게 ‘착한 거짓말’ 한 치킨집 알바생 '선한 시민상’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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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집에 사는 모자에게 공짜로 치킨을 배달해준 아르바이생이 안양시로부터 ‘선한 시민상’을 받았다.

안양시는 19일 아들에게 치킨을 사주고 싶어 하던 한 여성에게 자신의 돈으로 치킨을 사서 무료라며 배달해준 사연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정준영(23)씨에게 ‘선한 시민상’을 수여했다.

안양시에 따르면 지난 12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눈물 났던 치킨 배달’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치킨 배달을 하는 23살 직원’이라고 밝힌 정씨는 이 글에서 “지난 11일 언어 장애가 있는 여성 고객에게서 주문 전화를 받았다”고 운을 뗐다.

더듬더듬 이어지는 발음에 주문을 제대로 듣지 못한 정씨는 “고객님,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잘 안 들립니다”라며 재차 메뉴를 되물었다. 이 고객은 알아듣기 힘든 말로 “잠시만요”라고 말한 뒤 남자 아이를 바꿔줬다.

전화를 받아든 아이는 “죄송해요, 엄마가 좀 아파서…”라며 주문 메뉴와 주소를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정씨는 주소를 확인하던 중 모자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씨는 “어려운 형편에 아들에게 치킨 한 마리 사주고 싶은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울컥했다”며 사장님 몰래 자비로 치킨을 사서 무료로 선물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행운의 7번째 손님’이어서 무료라는 ‘착한 거짓말’로 이 모자의 자존심까지 배려했다.

정씨는 “무료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말에 어머니는 너무 좋아하셨다. 그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며 “그 어머님을 보면서 가정형편이 힘들었던 내 어린 시절, 어머니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를 키워 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정씨가 공개한 영상에는 “오늘 7번째 손님으로 당첨되셨다. 무료로 드리겠다. 축하한다”며 치킨을 전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여성 고객은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정씨의 사연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정씨가 올린 글은 20일 기준으로 조회수 18만5000회에 1399건의 댓글이 달렸다. 정씨의 선행소식을 접한 안양시는 정씨를 '선한 시민상' 수여자로 선정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정씨의 선행이 ‘착한 거짓말’뿐 아니라 출퇴근이나 배달 도중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파지를 리어카나 손수레에 담아 밀거나 끌어주는 등 여러 선행을 베풀고 있다는 주변의 소식에 선한 시민상을 수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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