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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지지율 급락에 이례적으로 고개 숙인 ‘1강’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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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거칠 것 없어 보이던 ‘1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19일 “(강경했던) 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다소 자세를 낮췄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기국회 기간(1월20∼6월18일) 국가전략특구를 통한 수의학부 신설 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국회 답변 때 강한 어조로 반론했던 자신의 자세를 반성했다. 이 문제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국회 기간 내내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던 아베 총리가 이처럼 한 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최근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아베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6∼12%포인트 하락하면서 36∼49%를 기록했다. 조사기관별로는 요미우리신문의 하락폭이 12%포인트로 가장 컸고 이어 교도통신 10.5%포인트, 마이니치신문 10.0%포인트, 아사히신문 6%포인트 순이었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은 아베 총리의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가케 학원’이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통해 52년 만에 수의학부 신설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이 의혹에 대한 아베 총리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이번 국회에서 ‘건설적 논의’라는 말과는 멀리 벗어난 비판과 응수로 일관하면서, 정책과는 관계 없는 논의에 심의 시간이 많이 나눠져 버렸다”며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상 조작’ 같은 논쟁에 대해 강한 말투로 반론해버렸다”며 “그런 자세가 결과적으로 정책 논쟁 이외의 이야기가 많아지게 해 버렸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추궁할 때 아베 총리는 “인상 조작을 열심히 한다”며 상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다가 ‘국회 경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문부과학성과 내각부에서 ‘총리의 의향’ 등의 내용이 담긴 관련 문서들을 추가 조사한 것에 대해 “최초로 조사한 단계에서는 그 문서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몇 차례 오락가락하면서 긴 시간이 걸리게 돼 버렸다”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리한 것은 솔직히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냉정하게 하나하나 정중하게 설명하는 노력을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부과학성은 최초 조사 때 “해당 문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고, 일본 정부는 ‘괴문서’라며 무시했다. 하지만 문부과학성 전직 차관의 증언에 이어 현직 직원들까지 해당 문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증언하고 나서자 여론에 떠밀려 재조사에 나섰고 “일부 문서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기존 발표를 뒤집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수의학부 신설은 시대의 필요성에 따른 개혁”이라며 “계속해서 선두에 서서 규제 개혁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가케 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다시 한번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정기국회 때 야당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해 “기득권의 저항”이라고 규정하고,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은 특혜와 무관한 ‘규제 철폐’라고 주장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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