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을 바꾼 인터넷은 어떨까. 역시 미국 서부의 황량한 땅,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지만 그 종착역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가입자가 가장 많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미국의 인터넷 가입자 수는 2억9000만명이고 중국의 인터넷 가입자 수는 7억3000만명으로 미국의 2.5배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과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중국의 인터넷 회사는 어떨까.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회사는 소위 ‘박쥐(BAT)’로 명명되는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3개 회사다. 그동안 중국 인터넷 시장은 바이두가 검색 엔진,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텐센트가 게임에 각각 집중하며 시장을 나눠 갖고 있었다. 하지만 SNS 시대를 맞으면서 자신의 강점을 무기로 다른 영역을 넘보며 신 삼국지를 열심히 쓰고 있다.
인터넷의 불모지였던 중국에 리옌훙의 바이두가 선두주자로 나서 중국인에게 인터넷이라는 것을 알려줬고, 이어서 마(馬) 씨 두 사람이 중국인의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로 중국인 소비 패턴을 바꿔놨다면, 마화텅의 텐센트는 중국인의 게임 문화와 소통 문화 그리고 지급결제 문화를 통째로 바꿔놨다.
▶인터넷, 中 문화 통째로 바꿔
금융기관 시가총액도 앞질러
선두업체 간 순위 경쟁 뜨거워
과거에는 중국의 인터넷 3인방을 ‘BAT’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지만 이젠 아니다. 중국의 3대 인터넷 업체는 ‘BAT’가 아니라 ‘TAB’다. 2017년 5월 기준 시가총액을 보면 텐센트가 3011억달러로 1위고 알리바바가 3000억달러로 2위, 바이두가 634억달러로 3위다. 1위인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바이두의 4.7배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의 인터넷 업체가 대표적인 중국 금융기관의 시가총액을 훌쩍 넘어섰다는 점이다. 중국은 상장회사 순이익의 54%를 금융업이 차지할 정도로 금융업 비중이 크다. 그리고 중국의 공상, 건설, 농업의 3대 은행은 자산 규모, 순이익, 시가총액에서 전 세계 1·2·3위를 모두 휩쓸고 있다. 1위인 공상은행의 시가총액은 2531억달러다.
그런데 놀랍게도 2017년 5월 기준으로 중국 1위 은행인 공상은행의 시가총액은 중국 인터넷 업체 시총 1위 업체인 텐센트의 84%에 불과한 수준이고, 2위인 건설은행은 2152억달러 규모로 71%, 3위인 농업은행은 1584억달러로 53%에 그친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지금 정보 검색, 전자상거래는 물론이고 이젠 금융업까지 진출했다. 텐센트는 8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지급결제기관이 됐고 인터넷은행까지 거느리고 있다. 거대한 SNS 가입자 플랫폼을 통해 정보, 엔터, 금융까지 모조리 잡아먹는 거대한 불가사리가 된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고, 초연결의 SNS 시대에는 다양성과 변화에 강한 자가 진정한 고수다. 인터넷에서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바뀐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기업순위는 ‘BAT’에서 ‘TAB’로 바뀌었지만 다시 자율주행차, IoT, AI 시대로 진입한 중국에서 다음 순서는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0호 (2017.05.31~06.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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