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블루하와이 리조트 제주도, 2016 |
홍진훤은 그날 이후 늘 이렇게 물었다. 그 많은 이들을 허망하게 바다에서 잃어버렸는데 국가도 사람도 침묵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통음하듯 속으로 물었고, 4·16 기억저장소의 일을 거들면서도 물었다. 출판사 사월의눈이 그 질문을 이어받아 책을 만들었다. 소설가 김연수의 작품도 함께 실은 사진소설집. 두 개의 제목을 합쳐놓다 보니 책 이름이 꽤 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서문에서 홍진훤은 아직도 질문을 멈추지 못했다고 밝힌다. 애초에 대답이 불가능한 사건이기에 그것은 영원한 질문만을 남길 뿐이다. 세월호가 뭍 위로 올랐지만 대답이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그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없다.
홍진훤의 사진은 그들이 가려 했던 제주도의 수학여행길을 추적한다. 그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사진 속에는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이 없는 한에는 모두가 주변인이므로 남아 있는 자들 또한 등장하지 못한다. 진분홍 꽃이 생명으로 피어난 한림공원, 청와대 미니어처가 무기력해 보이는 소인국테마파크, 까마귀 한 마리만이 깃든 산굼부리까지 그곳은 모두 비어 있다. 흐린 날의 그 장소는 마치 연극 무대처럼 자꾸만 그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식물원 안으로 왁자지껄한 수다가 떠다니고 멈춘 놀이기구가 정신없이 움직이곤 한다. 그 여정 끝에 도착한 숙소. 이름조차도 설렘 가득한 블루하와이 리조트. 가지런하게 개켜진 정갈한 침구는 여전히 기다림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 방은 그들이 그날 아침 떠나왔던 또 다른 빈방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제주도에서 출발한다 해도 원점으로 돌아오는 되돌이표. 그들의 부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멈출 수 없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홍진훤은 아직도 그 대답을 찾고 있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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