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기대감에 부동산 활황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개관한 ‘보라매 SK뷰’ 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1만4589명이 1순위 청약을 접수해 평균 경쟁률 27.7대 1을 보여,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SK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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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모씨는 지난달 서울 강남권 전용면적 85㎡짜리 A 아파트를 11억여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최근 매도인으로부터 “계약을 없던 걸로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이미 계약금 1억원을 송금했던 박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다음 날 중도금을 송금하러 간 은행에서 ‘매도인이 계좌를 폐쇄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한 달 사이에 시세가 4000만원쯤 올라 집주인 입장에선 크게 손해를 본 느낌이었겠지만, 너무하다”면서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분양 시장에서는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이 나왔고, 서울시내 하루 평균 분양권 거래량은 2007년 집계 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아파트값이 치솟자 집주인들은 매물을 속속 회수하고 계약 취소 소동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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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 최고치 경신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2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값 상승폭은 0.05%로 전주(前週·0.03%)보다 확대됐다. 특히 서울은 0.2%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부 인기 아파트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상승폭은 그 이상이다. 지난달 9억8000만원에 실제 거래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59㎡는 이달 초 10억1000만원에 계약됐고, 최근엔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11억원 중반대이던 전용 84㎡는 25일 기준 시세가 13억원이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 매물이 나오면 매수자가 집도 안 보고 계약해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권 시장도 달아올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총 887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하루 평균 37건꼴이다. 이는 2007년 집계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존 최고치는 작년 6월의 29.9건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1·3 부동산 대책 이전에 분양해 지금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 분양권의 인기가 치솟은 결과”라고 말했다.
아파트·분양권 보유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서울 잠원동 강철수공인중개사 측은 “잠원 한신2차 아파트의 경우 평형별로 1~2채씩은 집주인들이 ‘나중에 팔겠다’며 의뢰를 취소하거나 호가를 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B아파트 분양권 보유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절대 지금 팔지 말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아파트 분양권은 전용 59㎡ 기준으로 보름 사이 3000만원가량 올랐다.
◇“하반기 입주 시즌 오면 조정 국면”
집값 상승 원인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과 ‘저(低)금리’ 등이 지목된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통계부장은 “조기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비 사업이나 교통망 확충 등 개발 호재가 많거나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0억원을 은행에 넣어봤자 월 100만원씩 받는 상황이다 보니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지역이 전체 지표를 왜곡하고 있을 뿐, 실제 집값 전반이 급등한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경기·부산·세종 정도가 급등세이지 전국적으로 보면 안정세”라며 “지금 같은 일부 지역의 강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열이 하반기에 자연히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전국적으로 아파트 22만8000가구 등 본격적인 입주 시즌이 시작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가 원상 회복되는 하반기부터는 주택 가격이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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