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테러범 동생·아버지 체포 뒤 “IS 연계” 주장
지난해 친구 살해되자 “혐오범죄…복수 다짐” 증언도
영국 맨체스터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22명을 숨지게 한 살만 아베디(22)의 가족을 포함해 테러 연루 용의자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 영국 경찰은 조직적 범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베디가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나 중동에서 공습으로 무슬림 어린이들이 죽는 것에 대해 복수하고자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비비시>(BBC) 방송 등은 영국 경찰이 25일 오전 현재 테러 연루 혐의로 아베디의 형 이스마일(23)을 포함해 8명을 체포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언 홉킨스 맨체스터 경찰청장은 “우리가 수사하는 것이 조직(네트워크)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앰버 러드 내무장관도 “(이번 테러는) 우리가 이전에 본 공격들보다 고도화됐다. 혼자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는 아베디의 아버지 라마단과 남동생 하심(20)이 현지 기관에 체포됐다. 리비아 당국은 하심이 테러 계획을 알고 있었다며, 이들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당국의 설명이 사실인지는 더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데, 영국 경찰은 아직 테러와 이슬람국가의 연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아베디의 아버지 라마단은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하기 위한 조직에 가담했다고 보도됐는데, 이 조직은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라마단은 체포되기 전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에서 “아들은 테러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할 순 없다며 언제나 테러에 반대했다”며 아베디의 결백을 주장했다. 아베디는 가족을 만나려고 종종 리비아에 들렀고, 지난주에도 방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로 순례를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디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영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리비아계 부모를 둔 그가 영국과 리비아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좌절감으로 인해 극단주의에 경도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아베디의 여동생은 “오빠가 시리아에서 미군 공습으로 죽은 아이들의 복수를 하고 싶어 했다고 생각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말했다. 이 매체는 아베디 가족의 친구를 인용해, 지난해 아베디의 리비아계 친구가 살해당했을 때 아베디가 이를 “증오범죄”로 보고 장례식장에서 복수를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아베디의 친구는 맨체스터에서 차에 치인 뒤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당시 영국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13명을 붙잡고 갱단의 폭력사건으로 규정했다. 아베디가 테러에 긍정적이고 극단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몇년 전 경찰에 신고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이번 테러로 숨진 22명의 신원은 25일 모두 밝혀졌다. 8살 어린이를 포함해 사망자 중 거의 절반인 10명이 아직 스무살이 안 된 청소년과 어린이였다. 사망자 중에는 콘서트장에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도 상당수 포함됐다. 부상당한 116명 중 23명은 여전히 중태에 빠져 있고, 중환자 중 최소 5명이 16살 이하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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