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에서 다뤄졌던 정책사항 재검토가 진행중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창조경제 핵심 사업인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그중 하나다. 일각에선 스타트업 지원이라는 대의명분은 살리면서 전 정권의 흔적을 없앨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사진=창조경제혁신센터] |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외과적 수술법을 적용하려면 어느 부분이 잘된 것이고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우선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를 멘토링 및 컨설팅 횟수 기준으로 보면 대구창조센터가 3805건으로 1위다. 2위는 경북창조센터(2088건), 3위는 충남창조센터(1524건)다. 또 지원이 이뤄진 입주 및 지역기업 숫자로 따지면 서울창조센터가 147개로 1위다. 2위는 110개의 충남창조센터, 3위는 102개의 전북창조센터다.
원스톱 상담 서비스 순으로 하면 대구창조센터가 1229건으로 1위다. 2위는 864건의 대전창조센터, 3위는 771건의 경기창조센터다. 대체로 개소일이 빠를수록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특성을 보인다. 개소일이 빨라도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이 우수하지 않은 곳도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그러나 창조센터의 그동안 성과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지역과 기업별 특성에 따라 설립 목적과 운영 방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전남, 전북, 충남, 경북창조센터는 농수산업 관련 분야를 육성하고 있는데 이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타트업 업종을 지원하는 창조센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센터마다 특수성과 지향점이 다르므로 하나의 잣대로 줄을 세워선 안 된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에 흔들리지 않고 초심대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만을 지나치게 따지는 것도 창조센터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령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스타트업 육성업무를 겨우 2~3년 만에 평가해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 스타트업 특유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장려하기 어렵다. 창조센터별 성과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주체별 운영 의지 등을 고루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창조센터 관련 대기업 고위 관계자도 "전 정권에서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스타트업 진흥 정책이라는 방향성에 공감하므로 면밀한 분석을 거쳐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
무엇보다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창업 생태계가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창조센터는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지역 발전과 같은 공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센터 운영 성과를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 창업 생태계는 거의 황폐화 수준"이라며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보면 꼭 필요한 기반이므로 지역 기반의 공공 액셀러레이터로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운영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투입되는 상황도 아니다. 올해 창조센터 운영관련 정부 예산은 436억5000만원으로, 과거 정부 주도형 사업과 비교하면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국회 심의를 거쳐 정부안보다 8%가량 감액됐으나 작년 예산 318억6000만원에 비해선 118억원 증가했다. 지방비 예산은 편성됐거나 의회 절차가 진행 중이며, 특히 대전(0→11억원), 경기(7.5→15억원)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의회 절차에서 삭감된 예산을 증액 확보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긍정적 움직임도 엿보인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은 4~6년 정도는 지원·투자해야 성과가 겨우 보인다"며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창조센터의 성과가 나타날수도 있으므로 당장 어느 창조센터가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보다 씨앗을 뿌린다는 관점에서 지역별 상황에 맞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정부는 아직 문재인 정부 조직개편안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이유로 창조센터의 평가와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끼고 있다.
다만 미래창조과학부 자체 평가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창조경제 정책과제 가운데 창조경제 혁신체계 강화 및 플랫폼 기능 공고화 추진은 A, 과학기술·ICT 기반 미래성장동력 발굴·육성 추진은 C, 벤처·창업 생태계 공고화 및 고용존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은 E, 창조경제 확산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및 문화기반 조성은 F를 받았다. 미래부 평가표는 A부터 G까지 7단계로 A가 최상위, G가 최하위 점수다.
미래부는 자체평가 결과를 토대로 미흡한 점을 보완·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최성준 미래부 창조경제진흥과장은 "정부 조직개편과 연관돼 있어 창조센터와 관련한 언급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창조센터가 지역 창업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왔으므로 유지 발전해야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