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자랑스러운 명패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IT 산업과 함께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비결은 '수출'이다. 내수시장이 좁은 우리나라를 넘어 수요가 많은 미국과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2011년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 미국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졌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미국에 160억1800만 달러만큼의 차를 팔았다. 2011년 89억37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 실적이 5년 만에 79.2%나 성장했다. 'FTA의 후광 효과'를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FTA로만 설명하는 건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관세 혜택이 사실상 없었다. 우리나라 승용차에 붙는 관세는 2015년까지 2.5%로 묶여 있었다. 지난해가 돼서야 풀렸다. 정부 역시 한미 FTA 5년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자동차 수출 증가 원인을 FTA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FTA 재협상 카드를 손에 쥔 트럼프 행정부를 만만히 봐선 안 된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는 적색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자동차 산업의 모든 지표가 하락세다. 친환경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재협상' 변수가 우리 자동차 산업에 이롭게 작용할 리 없다. FTA 효과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라서다.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차ㆍ기아차는 국내 부품사로부터 부품을 받기가 수월했다. 자동차부품은 FTA 발효 직후 관세가 철폐됐기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는 재협상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나 탄소배출규정 등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기업의 한국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보겠다는 거다. 내수시장 역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성장 기반이란 걸 감안하면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FTA 재협상 시나리오가 최악의 방향으로 흐를 경우 손실이 가장 큰 업종으로 자동차 산업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원은 5년간 수출손실 101억 달러, 일자리 손실 9만명, 생산유발 손실 28조원, 부가가치유발 손실 7조원 등으로 추정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양적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는 사이 질적 성장이 뒷받침하지 못했다"면서 "FTA 재협상에 돌입하면 이런 약점들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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