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을 들여 고가 보행길을 들었다고 하는데, 화분 틈 사이로 다녀야 하고 땡볕을 피할 수도 없어 생각보다 별로네요. 악취 나는 신발 3만 켤레를 딱 9일 전시하는 데만 1억원을 들였다고 하는데, 서울시가 너무 예산을 헤프게 쓴 거 아닌가 싶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민선 6기 최대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국내 첫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이 지난 20일 개장했다. 한국 근현대 개발의 역사를 45년간 함께했던 서울역 고가가 철거 대신 생태·문화가 어우러진 보행길로 거듭났는데, 어찌 된 게 서울로 7017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기대 이하’란 혹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나친 전시행정이 빚은 ‘도심 흉물’이란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가 597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공중 정원’은 콘크리트 바닥에 식물을 인공적으로 심어 정원으로서도, 보행길로서의 기능도 온전치 못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식재된 식물과 편의시설 때문에 보행길이 좁아졌고, 차도 위 매연과 그늘이 없는 것도 시민들이 불편 사항으로 지적하는 대목들이다.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이런 문제가 더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에 전시된 정원 예술작품 ‘슈즈트리(Shoes Tree)’는 헌 신발 3만 켤레로 쌓은 ‘쓰레기 더미’란 혹평을 받고 있다. 100m에 걸쳐 조성된 이 전시 작품을 단 9일간 전시하는데 들어간 예산만 1억3000만원이다.
유지관리비도 만만찮다. 서울로 7017의 연간 유지관리비는 15억원 수준. 노숙인과 심리불안자에 따른 안전 문제 등도 관건으로 떠오르며 추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서울로 사업은 애초 보수·보강 260억원, 조경 30억원 등 38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가, 고가 주변 시설 정비와 안전시설 확충 등으로 217억원의 예산이 늘어난 597억원이 투입됐다.
박 시장은 2014년 6월 민선 6기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핵심 공약으로 서울로 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국제 현상 설계 공모에 600여 차례의 시민·전문가 의견 수렴과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도 ‘남산 예장자락 재생’과 ‘은평 서울혁신파크’ 등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을 2018~201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도 청계천 조성과 한강 르네상스, 세빛둥둥섬 등 막대한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랜드마크 사업이 있었다. 덕분에 시장 이미지는 좋아졌고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가 박원순 시장의 ‘앞길’을 터 줄 기념비적 사업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서울시민들 사이에선 혈세 600억원을 잘못 쏟아부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넘쳐나고 있다. 아직 개장한 지 1주일도 안 됐다. 시민들의 불만과 불편을 해소해 600억원이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서울시가 증명하는 일이 남은 것 같다.
우고운 부동산부 기자(w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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