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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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1.25%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6월(1.50%→1.25%) 이후 11개월째 동결 기조가 이어졌다.
한은은 25일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음 회의까지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월 금통위는 통화정책회의 대신 금융안정점검회의가 열린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7월 금통위(7월 13일 예정) 전까지 기준금리는 그대로다.
최근 시장 관계자 대부분이 동결을 예측할 정도로 한은의 정책 시그널은 명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성장, 물가 경로를 고려했을 때 금리인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동안 중립적 입장을 고수한 이 총재 성향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이후 시장 안팎에는 ‘연내 동결’ 전망이 확산됐다.
내수가 여전히 좋지 못하지만 수출 회복세로 경기부진 우려가 다소 완화된 데다, 연내 미국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 위험 요인을 고려할 때 한은이 선제적 금리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3월 미 연준(Fed) 금리인상 이후 예상과 달리 외국인 자본이 순유입 됐고 이 영향으로 국내 코스피 지수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도 1120~1130원대서 등락하는 등 금융시장 여건은 예상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미국 추가 금리인상에 보조를 맞춰 한은도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 의견도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공언한 상태여서 한은이 이에 역행하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금리인상시 136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이자부담이 가중돼 내수 소비를 더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
이 총재를 비롯한 다수 금통위원들이 금리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섣불리 금리인상 논의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한은은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안감이 해소됐고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높아진 점에 주목한다. 특히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일자리 추경을 비롯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저금리, 저물가 상황에서는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정책 전달 채널로 봤을 때 재정보다 통화정책이 유효했다는 게 고전적 관점이었다면 지금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에 크게 의존했던 전 정부와 다른 분위기다. 한은 내부에선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합리적, 균형적 거시정책 조합을 기대한다. 새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강조한 만큼 거시경제 양대 축인 한은도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고용 관련 지표를 중시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은 통화정책의 중요한 고려 요인이 바뀔지도 관심이다. 한은은 4월 금통위에서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지정학적 리스크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꼽았다. 이 가운데 주요국 교역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외 여건을 반영해 새롭게 추가됐다.
이 총재의 긍정적 경기 인식이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신정부 출범 첫 해에는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형성돼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나타냈다.
소수의견 여부도 주목된다.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이 새롭게 합류한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는 총 11번의 금리결정 (인하 1회, 동결10회) 과정에서 한 차례도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 본부 건물 안정성과 보안성 강화를 위해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한 한은은 향후 3년간 삼성생명 본관빌딩(중구 세종대로 67)으로 본부를 이전한다. 7월 금통위 회의는 새로 이전한 건물에서 진행된다.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이 총재도 소공동 본관에서의 통화정책회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 총재는 이날 회의에 앞서 “이 방에서의 통화정책회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
유엄식 기자 usyoo@, 권혜민 기자 aevin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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