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추이/그래픽=김현정 |
4만전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가 7년만에 대규모 자사주매입·소각 공시를 내놓았다.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공시를 통해 주가가 20%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1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200원(5.98%) 오른 5만6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레거시반도체에서는 중국 디램(DRAM) 제조업체인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가 맹추격을 가하며 삼성전자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주가 반등을 위한 재료도 부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내외부에서 연일 악재도 흘러나오며 투자심리는 극도로 얼어붙었다. 이에 주가는 지난 14일 장중 4만9900원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한 직후인 2020년 3월 수준으로 주가가 되돌아간 셈이다.
주가가 4만원선이 깨지자 삼성전자는 7년만에 대규모 자사주매입·소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정규장이 마감된 이후 공시를 통해 향후 1년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10조원 중 3조원의 자사주는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 안에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시가 나온 직후 시외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3%가량 상승하며 5만5000원선에서 거래됐다.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매입·소각 공시에도 시장에서는 잡음이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자사주매입과 소각이 주주가치제고를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가 8만원에서 5만원까지 떨어지는 동안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주가가 4만원선까지 떨어지자 오너일가의 대출담보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공시를 내놓은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매입과 소각 공시와 같은날 발표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한국증권금융과 체결한 담보계약 2건을 유지하고자 삼성전자 주식 123만4000주를 추가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R&D(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하는 상황에서 10조원이라는 자금을 자사주매입과 소각을 위해 사용하는게 맞는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그간 순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투자자들이 13거래일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공시정보가 사전에 샌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를 두고서는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갚으려 주식을 매수)에 대한 가능성도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정보가 상대적으로 쉽게 유출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정보력에 앞선 투자자들이 사전에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5만원 사수 의지 피력…저지선 확보 후 반등 전망
━
일각의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와 운용사 등에서 주식을 운용하는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공시가 삼성전자 주가 반등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매입·소각 공시를 내놓은 뒤 삼성전자 주가는 1년간 40%가까이 상승했다. 2016년 사드(THAAD) 사태를 딛고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개선세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파른 상승세다.
삼성전자 주가약세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계속 순매도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선물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1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3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18조원가량 팔아치웠다. 주가가 북밸류(장부가격)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아니라 코스피200, 코리아밸류업지수 등 국내 대표지수에 핵심종목으로 편입된 삼성전자를 계속해서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공시를 통해 삼성전자는 5만원선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매입·소각 금액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3%에 해당하는데, 그간 수급이 비었고 한때 주가가 장부가격 수준을 하회했다는 점을 고려해 멀티플을 부여하면 최소 20%~30%가량의 상승여력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약 1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6만원을 돌파하면 코스피도 2500선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