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한 가해자에게 징계는 커녕 오히려 승진을 시키고, 피해자에게는 부서 이동을 권한 회사가 있습니다. 성폭력이 일어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이들은 아직도 같은 사무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국내 대기업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직장 내 성폭력의 실태, 그리고 왜 근절되지 않고 있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 면세점 계열사에 입사한 A씨.
입사 직후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비밀 대화창을 통해 개인적인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았습니다.
올초에는 회식을 마치고 함께 택시를 탔다가 성추행까지 당했습니다.
[A씨 : 택시에서 저를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몸을 쓰다듬고… 제가 불쾌해서 밀었어요. 근데도 그런 추태가 계속됐고…]
다음날 오전, 상사는 영화티켓을 건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습니다.
[A씨 : 다음날 출근을 해 보니까 저만 따로 불러서 영화티켓 2장을 주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한테 '엄마랑 보러가라'…너무 화가 나서 인사팀에 면담을 신청했어요.]
인사팀은 해당 상사가 이전에도 성추행 전력이 있었다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부서 이동을 권했습니다.
[A씨 : 작년에 똑같은 일(성추행)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 두 분이나 다른데 보내신 거잖아요.]
[인사팀 관계자 : 본인하고 다 얘기해서 본인들이 희망하는 쪽으로 (해준거다)…다른 부서에 잠깐 있다가, 그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성추행 전력은 회사 대표도 알고 있었지만 상사는 승진까지 했습니다.
[인사팀 관계자 : 대표님도 당장 00(상사)를 빨리 교체했으면 하는데, 결국은 사람을 찾는 기간이 문제요.]
인사팀과 면담을 한 다음 날에야 상사는 A씨에게 이메일로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해자인 상사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피해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해당 상사의 부서를 이동하지 않은 건 대체할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씨 : 처음엔 가해자 분한테 화가 났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어떤 조치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 분한테 징계가 없었다는 게 제일 화나는 거 같아요.]
김지아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