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고객 욕구란 고객이 어떤 결핍을 느끼는 것이다. 마케터는 이 결핍을 충족시켜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한다. 문제는 고객 욕구 중에서도 숨어 있는 욕구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는 “내가 시장의 소리를 그대로 따랐다면 더 빠르고 값싼 마차를 만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포드는 더 빠르고 값싼 마차를 만들지 않고, 대량생산으로 2~3년 월급을 저축하면 구매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들어 2차 산업혁명을 선도했다. 애플의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히트시켰던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많은 고객들은 왜 이 제품들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제품들은 해당 카테고리의 표준이 되었다. 직접 제품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숨어 있던 욕구를 충족시켰다. 고객의 숨어 있는 욕구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고객의 숨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욕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강의를 요청받는 경우에는 요청자와 수강자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제대로 숨은 욕구를 파악하고 강의를 준비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족도가 높다. 지난 4월 26일에 강의 요청을 받고 28일에 강의를 했다. 이런 촉박한 강의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모자이크(집단지성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 도입에 따른 마케팅(홍보) 전략이 강의 주제였다. 강의가 아니라 컨설팅 혹은 코칭에 더 가까웠다. 여기에 2시간 특강이다. 강사도 수강자도 강의의 주제인 모자이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강의의 방향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핀트가 맞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즉, 내부 마케팅으로 방향을 잡고 준비를 했다. 고객의 숨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유사한 근무환경에서 모자이크를 사용하고 있는 관계 회사의 지인을 인터뷰했다. 실제 사용해본 경험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방법 등을 파악했다. 그리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홍보용 자료 등을 통해 모자이크를 분석했다.
강의를 위해 S사 아산캠퍼스를 찾아갔다. 교육담당자와 강의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협의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점검했다. 고객 욕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수강자들이 대체로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 낮은 상황이어서 마케팅과 마케팅 전략, 그리고 내부 마케팅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를 먼저 했다. 그리고 실제 활용 사례를 개발해 해당 시스템이 직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 주는지 경험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관계사에서 모자이크를 기반으로 빈 화장실을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직장생활의 불편을 해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자고 질문했다. 강의가 시작되기 직전에 필자가 경험한 상황을 설명했다. 정문 경비원이 알려준 주차장에 주차공간이 없어서 주차를 하지 못했다. 마침 교육담당자와 통화가 되어 사정을 이야기하니 그 장소에 대기하고 있으면 확인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교육시간이 다가오는 관계로 그곳에 계속 대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 다른 쪽 주차장을 찾아 나섰고 다행히 교육장 옆에 있는 소규모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외부 고객이 방문했을 때 만약 담당자가 비어 있는 주차공간을 모자이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러 부서에 연락해 수소문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확인한 다음 외부 고객에게 알려준다면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개발해 직원들이 실제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시스템 도입의 확산 속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가 끝난 후 30여분간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이 없을 때보다는 질문이 많을 때 오히려 보람을 더 느낀다. 여러 차례 감사하다는 인사도 받았다. 강의를 섭외했던 기관으로부터도 좋은 강의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특히 클라이언트로부터 매우 만족스럽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전해 주었다. 강사로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하버드대학교의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말로 표현하는 욕구는 5%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고객들은 자신의 숨은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고객의 숨은 욕구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의 강의 사례는 숨은 욕구를 잘 파악해 대응한 경우이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실패를 줄이고 성공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숨은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고객은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이 말로 표현하는 욕구가 아니라 고객의 숨어 있는 욕구와 그 속에 ‘내재된 가치’를 찾으려는 마케터의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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