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진정서 제출…경찰 "가혹행위 없었다"
평소 우울증과 동료들의 따돌림을 호소하던 의무 경찰이 전입 석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부대 내 따돌림 등 가혹행위가 자살의 배경이었다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포공항경찰대 소속 박모(22) 일경은 24일 오전 숨이 멎었다. 지난 13일 부대 내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고 11일 만이다. 어학특기자로 해당 부대에 전입한 지 3개월 만이기도 했다.
유족들은 평소 우울증을 앓던 박 일경을 상대로 부대 내 폭언과 집단 따돌림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일경은 부대에 전입하자마자 코뼈 부상과 우울증 치료를 위해 18일 간의 병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했는데, 이 때부터 이미 따돌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 병가냈더니 "너는 무슨 빽으로 놀러다니냐"
숨진 박 일경은 병원진료서 "병가 이후 동료들로부터 비난받았다"고 진술했다. (사진=유족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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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 일경은 유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동료들이 '너는 무슨 빽이 있어 놀러다니냐'며 비난하고 때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병원 진료에서도 담당의에게 "병가 후 선임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뒤에서 비난하는 것을 동기를 통해 듣고 있으며 동기들 또한 나를 피하는 눈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일경이 지속적으로 복용한 우울증 약 때문에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것마저 비난의 배경이 됐다. 유족들은 박 일경이 지난 8일 불침번 근무 중 약 기운 등으로 쓰러지자, 부대 측에서 잘못을 따지며 사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을 예로 들었다. 사유서에서 박 일경은 "다음부터는 약을 먹지 않겠다"고 썼다.
◇ 관심병사였던 박 일경, 수 차례 상급자 알 정도로 자살 암시
이후에도 박 일경은 가족들에게 "근무에 늦어 엄청 혼나고 맞았다"고 말하는 등 구타 피해를 호소했다. 안그래도 우울증 병력으로 입대하자마자 관심병사였던 박 일경은 수차례 자살을 암시하는 등 괴로워했다. 박 일경은 입대 후부터 지속적으로 "삶을 그냥 마감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 부분은 부대 상급자도 알 정도였다.
박 의경은 수차례 자살을 암시하기도 했다. (사진=유족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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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부대 관계자는 "서울청과 경찰청 조사에서도 유족들이 주장하는 가혹행위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가 등 우울증세에 대한 조치도 적절하게 했고 불침번 근무도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고 당일 아침에도 함께 담배를 피우며 상태를 체크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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