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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미세먼지 ‘보통’ 속 산책, ‘나쁨’ 속 휴식보다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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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미세먼지 인체 유입량 산출해 보니

한국일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시는 미세먼지의 양은 미세먼지 농도보다 호흡량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일 경우에도 운동량에 따라 ‘매우 나쁨’ 수준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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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기세가 한 풀 꺾였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인 50㎍/㎥일 때 빠른 걸음으로 산책만 해도 ‘매우 나쁨’ 수준인 300㎍/㎥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흡입량이 공기 중 농도보다는 운동강도에 따른 호흡량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본보 View&(뷰엔)팀이 국민대 체육학과 이대택 교수의 자문을 받아 미세먼지 흡입량을 산출한 결과 성인 남성이 50㎍/㎥ 농도하에서 시속 5.5km/h(속보)로 1시간 동안 걸으면 120㎍을, 시속 9.5km/h 속도로 달리면 240㎍의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 시간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경우 경보 발령 수준인 300㎍/㎥ 농도하에서 흡입하는 108㎍보다 많은 양이다. 다만, 체격과 체력, 호흡량, 코와 입에서 걸러지는 정도 등 개인 차에 따라 실제 미세먼지 흡입량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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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수의 ‘운동강도와 호흡환기량을 이용한 공기 오염물질 섭취량 추정모델 개발(2010년)’ 실험에 따르면 운동강도가 세질수록 호흡량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성인 남성의 안정 시 호흡량은 분당 6ℓ 정도지만 시속9.5km/h 속도로 달리면 약 13배인 80ℓ로 증가한다. 더구나 유해물질의 95%를 걸러내는 코 호흡이 5.5km/h 속도에서 코와 입 호흡으로 바뀌고 속도가 빨라지면 입 호흡의 비중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운동강도가 세질수록 기관지 및 폐로 직행하는 미세먼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입자의 직경이 미세먼지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초미세먼지의 경우 더욱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보통’ 수준에서 1시간 속보로 걸으면 120㎍ 흡입

미세먼지 주의보 속 쉴 때의 2배 수준

숨차면 입으로 호흡… 피해 커져

한국환경공단은 미세먼지 농도가 151㎍/㎥ 이상일 때 일반인의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산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일반적으로 안심하는 수준인 50㎍/㎥ 에서도 마스크 없이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할 경우 위험 수준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산출된 결과만 봐도 우리 미세먼지 기준을 행정적 측면보다 건강에 초점을 맞춘 WHO 수준으로 낮춰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연간 50㎍/㎥, 하루 평균 100㎍/㎥인 데 비해 WHO는 각각 20㎍/㎥와 50㎍/㎥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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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 다른 미세먼지 흡입량

위의 산출방식을 기초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자출족’과 건설근로자, 지하철 기관사, 도로변 노점상, 운동회에 나간 초등학생의 산출값을 비교해 보니 같은 날 같은 하늘 아래에서 들이마신 미세먼지의 양에서 큰 차이가 났다.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마시는 경우는 자출족으로 시간당 흡입량이 315㎍에 달했다. 도로 위를 평균 25km/h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가정할 때 분당 호흡환기량이 70ℓ로 큰 편인 데다 도로변 미세먼지 농도가 지역 평균보다 1.5배 높기 때문이다.

건설 근로자는 212㎍의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 9.5km/h 속도로 공원길을 달릴 때(240㎍)보다 약간 낮았다. 작업과 대기를 반복하는 업무의 특성상 분당 호흡환기량을 25ℓ로 낮게 추정했으나 건설 현장에서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지하철 기관사의 경우 연속되는 지하터널과 선로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인해 운전실 내 미세먼지 농도는 높았으나 산출된 미세먼지 흡입량은 45㎍으로 낮은 편이었다. 신체 움직임이 적은 까닭에 호흡환기량을 최소 수준으로 적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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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공간에서 앉은 채로 일을 하는 가로판매대 노점상의 경우도 비슷했다. 지역 평균의 1.5배로 높은 도로변 미세먼지 농도를 반영했으나 호흡환기량이 적어 미세먼지 흡입량은 27㎍에 그쳤다.

같은 날 운동회에 참가한 어린이는 노점상보다 3배 이상 많은 87㎍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활동에 따른 호흡환기량은 12세 남아가 6km/h 속도로 이동할 때 수준인 분당29ℓ를 적용했다.

작업 환경이나 연령 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는 학계에 발표된 미세먼지 관련 연구 및 측정치를 근거로 추정한 후 산술 과정에 반영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50㎍/㎥, 활동 시간 1시간으로 전체 조건은 동일하다.

※시간당 미세먼지 흡입량 산출식

시간당 미세먼지 흡입량(㎍)=미세먼지농도(㎍/㎥)X호흡환기량(㎥/min)X60(분)

※참고 자료 및 논문

건설현장 내 미세먼지 농도

141㎍/㎥ = 50㎍/㎥(대기 중 농도) + 91㎍/㎥(현장 고정 발생 추정치)

(건설업 옥외작업장 근로자의 미세먼지 노출 실태 조사, 김승원, 2017)

도로변 미세먼지 농도

75㎍/㎥ = 50㎍/㎥ X 1.5(지역평균의 1.5배)

(대기 중 미세먼지농도와 건강자각증상에 관한 연구, 박민석, 2008)

지하철 운전실 내 미세먼지 농도

125.5㎍/㎥ (2016년 서울메트로, 공공운수노조 제공)

자출족의 호흡환기량

70 ℓ/min, 평균 속도 25km/h, 심박수 150 기준

(운동강도와 호흡환기량을 이용한 공기 오염물질 섭취량 추정모델 개발, 이대택, 2010)

12세 남아의 호흡환기량

29 ℓ/min, 시속 6km로 이동하는 속도

(체력급수에 따른 초등학교 남자 아동의 심폐기능의 차, 조흥국, 2009)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권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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