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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행복은 숲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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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의 매거진 레터]

이 나라가 우리 사회의 대안(代案)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국토는 한반도의 4분의 1, 인구는 대한민국의 70분의 1인 작은 나라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10분의 1인 가난한 나라이지요. 역사와 전통, 삶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국민 97%가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답니다. 숫자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도대체 이해 못 할 나라입니다.

여행하는 작가 최갑수 시인이 최근 부탄에 다녀와 주말매거진에 글을 썼습니다. 이 나라에선 '국민 행복'을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답니다. '국민총행복위원회'가 심사해 국민 행복에 부합한다고 결정해야만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네요. 행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방향'과 '태도'만큼은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국토 면적의 60% 이상을 숲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이 있다는 대목에서 '쿵'하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런 조항을 헌법에 넣을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요. 물론 우리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는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이 선언적이라면 부탄 헌법은 구체적이라는 차이가 있달까요.

지난 주말 전남 장성 편백나무 숲에 다녀왔습니다. 피톤치드향 그윽한 숲에서 몇 시간 머물면서 부탄이 숲 면적을 헌법 조항으로 삼은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편백나무 아래 마련한 평상에 누워 하늘을 봅니다. 미세 먼지 하나 없는 맑은 공기가 코를 통해 폐로 들어갑니다. 이게 행복 아닐까? 이런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60년 전 임종국이라는 사나이가 이런 숲을 내다보고 20년에 걸쳐 300만그루 편백·삼나무를 심었습니다.

사람[人]이 산[山]에 있으면 신선[仙]이 됩니다. 불행한 신선이 있겠습니까. 초록으로 가득한 숲 속에서 신선처럼 숨을 쉬는데 불행할 까닭이 없습니다. 평일엔 어쩔 수 없이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있더라도 주말만큼은 녹색 숲으로 가야겠습니다. 행복이 거기 있으니까요.



[이한수 주말매거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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