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타오르는 증시의 이면에는 갈수록 소외되는 개인투자자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7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증시를 밀어 올리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조금씩 떠나는 추세다.
◇보수적인 국내 증권사도 전망치 올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자,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국내외 증권사와 투자은행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7개 해외 투자은행 가운데 UBS와 노무라,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5개사가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으로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도 높여 잡았다. UBS와 골드만삭스는 2200에서 2450으로 높였고, 노무라증권도 2250에서 2600으로 수정하고 중기적으로 3000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소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전망치를 줄줄이 올렸다. 신한금융투자는 24일 "코스피가 대세 상승장 초입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올해 하반기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기존 1900∼2350에서 2050∼2500으로 상향 조정했다. IBK투자증권도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코스피가 3000까지는 도달하지 않겠지만 대세 상승의 서막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코스피 최고 전망치를 2600으로 높였다.
◇증시 활황에도 떠나는 개인들
한국 주식을 사라는 조언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우리 증시에서 점점 더 발을 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서의 개인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45%로 지난 3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개인 비중은 2015년 54%에서 작년에는 49%로 떨어지는 등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의 일일 평균 거래대금도 2조1939억원으로, 2015년(2조8886억원)과 작년(2조2473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개인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이유로는 부동산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4년(2013년 3월~2017년 2월) 동안 전국 주택가격은 6.84% 상승했지만,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절반도 안 되는 3.21%에 그쳤다. 부동산이 주식보다 투자처로는 더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개인들은 주식 등 금융자산을 줄이고, 대신 부동산 자산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전체 자산 가운데 주식 같은 금융자산의 비중은 26.0%로 전년(26.8%)보다 떨어진 반면, 부동산 자산은 68.2%에서 69.2%로 소폭 늘었다.
전세금이 오르면서 주식 투자에 쓸 돈이 부족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 10년간 평균 79.8% 뛰었다. 전세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늘리다 보니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올 4월 말 현재 신한·KB 국민 등 6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37조5877억원으로, 올해 들어 전세자금대출액은 2조7778억원 늘어났다.
한국 증시에서 기관이나 외국인이 이득을 본 반면, 개인은 오랜 기간 손해를 경험하면서 상승장에 미련을 두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만큼 개인은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IBK 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기 변화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언제든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며 "개인과 외국인의 격차를 없애기 위해, 개인 자금을 굴리는 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 간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lions363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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