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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순백의 아버지와 달리 저는 원색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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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故 앙드레김 아들 김중도씨]

불문학 전공, 대학원서 경제학 공부… 부친 떠난 후 패션 기초부터 배워

7년 만에 직접 만든 옷으로 패션쇼 "아버지 생활 따라하며 영감 얻죠"

서울 논현동 '앙드레김아뜨리에'의 응접실엔 앙드레김이 생전 디자인한 의상과 패션쇼 사진 수천 장이 정갈하게 쌓여 있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사방이 하얗고 황금 문양을 수놓은 흰색 드레스 수십 벌이 전시돼 있었다. '아뜨리에'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아들 김중도(36) 대표는 "2년 전 신사동에서 이곳으로 이사하면서도 아버지가 모으신 책들, 장식품은 물론이고 가구 배치까지 그대로 남겼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7년 만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의상 컬렉션을 9월 콘래드호텔에서 선보인다. 2010년 앙드레김 추모 패션쇼 이후 박물관 전시나 행사 오프닝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패션쇼 형태로는 처음이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많이 어려웠고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면서 "이제는 치고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마음속으로 칼을 갈면서 준비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직접 디자인한 의상으로 첫 패션쇼를 여는 앙드레김아뜨리에 김중도 대표는 “예전보다 아버지를 더 닮아가고 이해해 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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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외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앙드레김이 세상을 떠난 후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패션의 기초도 모르는 상태였다. 드로잉부터 미술사, 색채학까지 기본기부터 다졌다. "패션 학원 근처도 가본 적이 없었어요. 20대 때 아버지께서 '한번 이쪽 일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었죠." 그는 "처음엔 아버지의 이름이 버거웠지만 곁에서 보기만 했던 의상을 직접 그리고 만들다보니 발자취를 따라가는 느낌이 새롭고 즐거웠다"면서 "재능까진 모르겠지만 패션 감각은 물려받은 것 같다(웃음)"고 했다.

앙드레김은 1981년 마흔이 넘어서 생후 5개월 된 김씨를 입양했다. 생전 인터뷰에서 "하루에 10번 이상 아들과 전화한다. '어디쯤이니' '차 조심해라' 같은 사소한 대화를 나눈다"고 할 정도로 아들 사랑이 각별했다. 22살에 결혼해 지금은 초등학생 아이 셋을 둔 김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똑같이 하고 있더라"면서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다"고 했다.

"한 달 전엔 아버지 꿈을 꿨어요. 제가 디자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시더라고요. '이제야 네가 뭔가를 제대로 하는구나'. 마치 이런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았어요." 영감이 필요할 땐 아버지가 좋아했던 것들, 생활 습관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예전보다 더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생전에 좋아하셨던 떡이나 만둣국도 옛날엔 좋아하지 않았는데 점점 찾게 되더라고요."

9월 열릴 패션쇼의 테마는 '계승과 발전'으로 잡았다. "앙드레김 하면 화려한 스타일과 황금색 자수를 떠올리는데 이번 패션쇼 의상들은 장식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가깝다"면서 "처음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화려한 색상을 쓰고 자수로 포인트를 줘 우리만의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흰색 옷을 고집했던 앙드레김과 달리 그는 강렬한 노랑, 빨강, 파란색 등 원색을 좋아한단다. "최근엔 흰색 바탕에 꽃무늬가 프린트된 옷에 도전해봤다"면서 "패션 실험을 해보는 중"이라고 했다.

"'앙드레김 아뜨리에'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앙드레김 카페'나 '앙드레김 부띠끄호텔'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시는데 이번 패션쇼를 성공시켜 다른 분야로도 적극적으로 진출해보고 싶어요."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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