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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스펙보다 실무… 능력 중심 채용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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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기반 채용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 적용

지원서 작성부터 필기·면접까지 직무에 적합한 인재인지 검증

입사 후에도 전문역량 쌓게 도와

조선일보

올해부터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능력 중심 채용이 332개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되면서, NCS가 공공기관 입사 당락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경상대에서 개최한 NCS 기반 능력 중심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채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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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호공사는 2015년 하반기 신입 사원 공채 때부터 입사 지원서에서 어학 성적 기재란과 증명사진 첨부란 등을 없애 버렸다. 지원자의 능력·자질을 평가하는 데 인적 사항이나 스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보는 면접 방식도 대대적으로 바꿨다. 과거엔 취미나 가족 사항 등 직무와 무관한 내용을 묻기도 했지만, 지금은 직무 관련 상황을 제시하고 대처법 등을 물어보는 '구조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다. 예보 관계자는 "예보가 어떤 회사이고 어떤 직무에서 일할지 사전에 많은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부서에 배치되기 때문에 신입 사원의 직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예보가 채용 방식을 바꾼 것은 '능력 중심 채용' 문화 확산 차원에서 NCS(국가직무능력표준)가 개발된 덕분이다. NCS는 산업 현장 실무자와 교육·훈련 전문가 등 1만여 명이 참여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 능력을 분야·수준별로 정리한 '가이드라인'이다. 기업 입장에선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데 NCS를 활용할 수 있고, 취업 준비생 입장에선 NCS로 입사 희망 기업의 직무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준비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교육부·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NCS 보급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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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울산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직무 중심 채용 관련 설명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공공기관·민간기업 인사 담당자와 상담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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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직무 중심 채용'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

NCS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입사의 당락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전체 332개 공공기관 가운데 지난해까지 NCS 기반의 직무 중심 채용을 도입한 공공기관이 230개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이 직무 중심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무 중심 채용은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려는 제도이다. 지원서 작성부터 필기·면접 전형까지 모든 채용 과정에 걸쳐 지원자의 지식·재능·전문성이 해당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지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직무 중심 채용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은 자신의 역량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직무 중심 채용은 명확한 선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직무에 적합한지 판단해 집중적으로 경쟁력으로 높일 수 있다.

취업 희망자는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채용 공고 때 제시하는 '직무 기술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어떤 직무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지, 해당 직무에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은 무엇인지 등이 직무 기술서에 자세히 설명돼 있기 때문이다. 인사·채용 컨설팅 기업인 한국행동과학연구소 김순호 수석연구원은 "NCS가 또 다른 스펙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입사 이후에도 직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역량을 쌓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오버 스펙'이 아니라 '불필요한 스펙을 없애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무 중심 채용은 입사 이후 만족도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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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중심 채용은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신입 사원 입사 후 이직률과 재교육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직무 중심 채용을 도입한 한국임업진흥원은 신입 사원 이직률이 2014년 14.3%에서 지난해 3.4%로 떨어졌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이직률이 한때 30%에 육박했지만, 직무 중심 채용을 도입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한 명도 퇴사하지 않았다.

직무 중심 채용은 지역 인재의 고른 선발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신입 사원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 출신 비율이 2014년 45.8%였지만, 직무 중심 채용을 도입한 2015년에는 54%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엔 70.9%까지 올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직무 중심 채용 전환과 함께 학력 조건을 없애면서, 전체 합격자 가운데 고졸·전문대 출신 비율이 25%로 늘어났다.

실제로 2015년 한국전기안전공사에 입사한 이모(27)씨는 다른 스펙과 관련 없이 직무 능력 하나로 공공기관 입사 바늘구멍 통과에 성공했다. 지방 국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기기사 자격증 보유에 따른 가산점을 받아 서류 전형을 통과한 뒤 군대에서 전기병으로 근무한 경험을 인정받아 최종 합격했다.

2015년 한국서부발전에 입사한 박철우(28)씨도 직무 중심 기반 채용 덕을 톡톡히 봤다. 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5년 동안 선박 기관사로 일하면서 기계 분야에서 직무 능력을 키웠을 뿐 특별한 스펙을 쌓지 못했다. 하지만 선박에서 일하면서 쌓은 직무 능력을 인정받아 서부발전에 기계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대기업은 직무 능력보다는 학력·외국어·자격증 등 스펙을 중시해 서류 전형 통과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NCS 기반 채용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채용에 NCS를 활용하는 민간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광명전기·모두투어·코엑스 등이 현재 NCS 기반 채용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강순희 경기대 교수는 "NCS가 노동시장을 직무 중심으로 바꾸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직무 능력이 뛰어난 젊은 층의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지식·기술 등의 내용을 직무 분야·수준별로 체계화해 정리한 가이드 라인이다. NCS는 능력 중심 채용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직무 중심 직업교육(특성화고·전문대)이나 훈련(폴리텍·훈련기관)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1만명에 육박하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897개 NCS를 개발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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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인력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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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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