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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김기춘 만난 예술위 직원 “어처구니없는 지시 내린 당신,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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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기춘·조윤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특정 예술인 지원 배제 업무 실제 담당

“온전한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민심을 반하는 명령이었다…큰 고통”


한겨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설연휴 마지막 날인 1월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로 조사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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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배제 업무에 관여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직원이 12일 ‘블랙리스트’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내린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이날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장아무개 전 예술위 창작지원부장은 증인신문이 마무리되자 발언 기회를 얻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에이(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 형식의 글을 읽으며 “2015년 배제리스트가 한창일 때 김기춘 실장님을 오래전부터 많이 뵙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이 지시를 내린 사람을 직접 만나 왜 말이 안 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전 부장은 문체부 지시에 따라 연극, 문학, 공연 등 분야 특정 예술인에 대한 지원배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문체부에서 하달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박근형 연출가를 찾아가 예술위 연극 제작지원 사업에 대한 신청 포기 각서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장 전 부장은 이날 “2015년 청와대와 문체부에서 내려왔던 지원배제 리스트는 도저히 온전한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조리한 명령으로, 민심에 반하는 명령이었다”며 “실행하기 너무 힘들었고, 큰 고통이었다”고 털어놨다.

장 전 부장은 김 전 실장을 향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없었더라면 실장님도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박근형과 이윤택, 고선웅, 한강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언젠가 좋은 날에 박근형의 ‘청춘예찬’, 이윤택의 ‘문제작 인간 연산’, 고선웅의 ‘조씨 고아-복수의 씨앗’,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편견 없이 읽어볼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장 전 부장은 또 문체부 임직원들을 향해서도 “근 1년간 제가 받은 유일한 지시는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였고, 문화예술계 활성화 방안 같은 지시는 한번도 없었다”며 “어둠이 지났으니 훌륭한 정부가 되어, 모든 공정하지 못한 지시는 막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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