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매주 금요일 저녁 '치맥(치킨+맥주)'을 즐기곤 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1만원대에 즐길 수 있었지만 2020년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치킨값만 2만원대를 넘어섰고, 최저임금 상승으로 치킨 매장들이 '배달료'를 따로 받게 됐기 때문이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했던 대학생 B씨. 고단한 일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점주로부터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운영 방식을 자동화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무인 점포'까지 등장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른 2020년 가상의 풍경이지만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최저임금을 받는 계층의 소득수준은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상은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생활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6470원이다.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최저임금은 앞으로 3년간 매년 15~16%씩 상승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2015년 7.1%, 2016년 8.1%, 2017년 7.3%씩 올랐지만 3년간은 이보다 인상률을 2배씩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임금 인상분은 상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편의점 점주의 실질적인 수입(전기료 등 각종 비용 제외)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게 되면 인건비 비중은 46.5%까지 상승하게 된다.
치킨업계는 더 절박하다. 현재 치킨 1마리의 원가 가운데 인건비 비중은 5~6% 수준인데, 최저시급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이 비중은 15%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 오른 만큼의 모든 부담을 상품 가격에 전가할 수는 없지만, 일부는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치킨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 모씨는 "치킨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 자영업자"라며 "문 대통령은 5060 은퇴자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이에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러다 보니 실제 편의점 업계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매장 운영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아예 고용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무인 점포도 곧 선보일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무인점포 확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유통·서비스·외식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보다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득수준 향상도 중요하지만 생활물가와 일자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찬동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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