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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극우 딱지` 뗀 르펜 맹추격…지지율 40%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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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D-9 예측불허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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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 미국 프로야구 선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이 프랑스 대선에서도 적중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도 신생 정당 '앙마르슈(전진이란 뜻)' 에마뉘엘 마크롱의 일방적 '대세론'을 극우 정당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깨뜨릴 수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30%에 달하는 부동층의 향배가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관저)' 열쇠의 최종 주인공을 가릴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에 따르면 르펜의 지지율은 41%에 달했다. 지난 23일 대선 1차 투표 이후 르펜의 지지율은 상승하는 데 반해 마크롱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르펜이 '극우' 딱지를 떼기 위해 극우 정당 FN 대표직을 사임하고 스스로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 후보'로 확장성을 높인 데다 기동성 있게 이슈를 선점하는 '게릴라식 선거전'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피니언웨이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이 59%, 르펜은 41%였다. 23일 1차 투표 이후 마크롱은 처음으로 60% 선을 내준 반면 르펜은 40% 고지를 넘었다. 지난 21일 조사에서 마크롱은 65%, 르펜은 35%였다. 오피니언웨이가 양자 대결 구도로 설정한 여론조사에서 불과 두 달 전 30% 초·중반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르펜의 뒷심이 무섭다는 평가다. 특히 르펜이 손을 내밀었지만 지지를 거부한 극좌 정당 좌파당의 장뤼크 멜랑숑 지지자 상당수가 르펜에게로 돌아선 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피니언웨이 분석 결과 1차 투표에서 멜랑숑을 지지한 유권자가 결선에서 마크롱을 찍겠다고 답한 비율은 직전 조사(55%)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념적 지형은 정반대지만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프렉시트) 등 자국 우선주의라는 점에서 르펜과 멜랑숑은 맥을 같이하기 때문에 언제든 멜랑숑 지지자들이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공격적인 선거운동으로 르펜은 마크롱을 압도하고 있다. 마크롱은 26일 미국 가전 업체인 월풀 공장의 해외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고향인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미앵을 찾았다. 하지만 르펜은 마크롱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이를 '인터셉트'했다. 마크롱은 이날 아미앵 상공회의소에서 노동조합 대표들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그사이 르펜은 파업을 벌이고 있는 월풀 공장 앞 주차장으로 달려가 "모두가 마크롱이 기업 편이라는 걸 안다"며 "마크롱이 노조 대표 두세 명을 만나러 갔지만, 나는 레스토랑이 아닌 이곳 공장 주차장에 노동자들과 함께 서 있다"고 외쳤다. 이 공장은 월풀이 폴란드 이전 결정을 하면서 노동자 290여 명이 실업 위기에 처해 있는 곳이다.

르펜은 "마크롱이 이곳에 와서도 공장을 찾지 않는 건 노동자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며 "나와 함께하면 공장은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마크롱은 부랴부랴 공장을 찾았지만 노동자들은 그에게 야유를 퍼붓고 "대통령 마린 르펜" 등을 외치며 냉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으로 경제장관을 역임한 마크롱은 노동자들에게 친기업 인사로 여겨진다. 사실상 르펜이 '판정승'한 셈이다.

치열한 접전 양상인 프랑스 대선 결과는 30%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에 달렸다. 특히 투표율이 낮을 경우 기존 정당의 적극 지지를 받는 마크롱에게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분석기관 스테이트스트리트에 따르면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1차 투표 대비 반대자 및 부동층 유권자의 65%를 가져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스트리트는 "포퓰리즘은 일종의 '펑크록(체제 반항 음악)'"이라고 평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인 18~24세 중 39%가 르펜을 선호하고, 이번 1차 투표에서 밀레니얼의 30%는 멜랑숑을 지지했다. 마크롱은 이들로부터 18%를 얻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반EU 등 고립주의 정책 측면에서 멜랑숑을 지지했던 청년층 상당수가 마크롱이 아닌 르펜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치 자문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찰스 리치필드는 "마크롱이 2주 안에 사로잡아야 할 유권자 수가 800만~1000만명"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1차에서 865만7000표를 획득했다. 투표율 기준 과반수를 얻으려면 추가로 900만여 표를 확보해야 한다. 리치필드는 승산 없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항의표와 자기 만족성이 르펜을 당선시킬 가능성을 35%로 추산했다. 하지만 1차에서 기록한 15년 만의 최저 투표율(77.8%)은 유권자의 높은 충성도를 확보한 르펜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원주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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