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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글로벌 아트 NOW] `캣츠`…30년만에 새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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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뉴욕 `캣츠`(2016).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서는 뮤지컬 `해밀턴`의 안무가 앤디 블랑켄블러가 참여했다. `쇼`를 중시하는 브로드웨이 스타일에 맞게 속도감 있는 안무 진행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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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의 목숨은 정말 9개인가? 두 개는 확실하다."

서양에서는 흔히 '고양이는 영물이라 목숨이 9개'라고 일컬어진다. 이에 비유해 뉴욕타임스는 '뉴' 캣츠의 성공을 이렇게 평했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영국의 위대한 시인 T 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 30여 마리의 개성적인 고양이들이 저 높은 천상으로 향할 단 한 마리의 고양이로 선택받기 위해 자신의 삶을 풀어놓는다. 그런 그들의 삶에는 우리 인간들 인생의 단면이 녹아 있다. '캣츠'는 1981년 초연 이후 뛰어난 작품성과 예술성으로 30여 년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며 '가장 롱런한 뮤지컬'로 기네스북까지 올랐다.

하지만 '캣츠'는 이러한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한 관객층과 시대에 맞춰 2014년 새 옷을 입었다. 가장 큰 변화는 대표곡 '메모리(Memory)'를 부르는 그리자벨라다. 한때 아름다웠던 그녀는 바깥 세상으로 떠났으나 이제 늙고 외로운 고양이가 되어 다시 동료들에게 자신을 받아줄 것을 호소한다. 곱슬머리의 늙고 초라한 차림으로 그려졌던 기존의 그리자벨라가 새로운 '캣츠'에서는 생머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엘리엇의 원작 속 매혹적인 고양이(the glamour cat), 그리자벨라의 이미지를 복원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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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캣츠`(2015). 곱슬머리의 늙고 초라한 차림으로 그려졌던 그리자벨라가 생머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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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캣츠'는 다시 전 세계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4년 12월 런던을 시작으로 2015년 파리, 시드니를 거쳐 2016년부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찾는 '뉴 캣츠'는 김해 문화의전당에서 6월 29일 첫 막을 올린다. 서울에는 7월 11일 국립해오름극장에 도착한다. 이번 '뉴 캣츠'는 세계 관객들의 요구에 따라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 구성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2014년 12월 24일 런던 팔라듐시어터에서 리바이벌된 웨스트엔드프로덕션은 기존 섹시한 록스타 럼 텀 터거를 힙합 스타로 재해석했다. 1990년대에는 반항의 상징이 록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힙합이라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럼 텀 터거는 통이 큰 바지를 입고 레게머리를 한 채 랩을 하며 스트리트 댄스를 춘다. 극장 고양이 거스의 아리아 역시 오페라풍에서 재즈풍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재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갈색 털옷의 할아버지 마술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 역시 세련된 블랙 턱시도로 갈아입으며 회춘했다.

브로드웨이는 세계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을 고려한 '쇼'를 강조한 연출이 특징이다. 웨스트엔드 버전에서 선보인 래퍼 럼 텀 터거와 고양이 거스의 재즈 아리아는 빠졌다. 그 대신 안무에 새로움을 더했는데, 뮤지컬 '해밀턴'의 안무가 앤디 블랑켄블러가 참여했다. 그는 오프닝 젤리클 볼 안무의 속도감을 높여 같은 동작을 여러 번씩 빠르게 반복하는 화려함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무대를 연다. 또 전반적으로 고양이 개개인의 독무 비중을 줄이는 대신 화려한 군무 비중을 늘렸다. 현재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2017년 토니상 리바이벌 부문에 강력한 후보작으로 손꼽힌다. 반면 호주 프로덕션은 가사와 '메모리'의 감동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감성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그리자벨라 역에는 감성 돋는 목소리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델타 구드렘이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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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캣츠`(2014). 단모고양이의 생김새를 반영한 가발과 코스튬. 실제 고양이와 흡사하게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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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표현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에 맞춰 이번 공연에는 미스토펠리스 역의 크리스토퍼 파발로로, 안무가 에이미 베리스포드, 연출가 로스 한나포드 등 호주 프로덕션이 내한한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기존에 많은 사랑을 받은 부분은 고수하되 세계에서 가장 호평받은 부분들을 더했다. 래퍼 대신 기존의 록스타 럼 텀 터거가 온다. 한국 뮤지컬 관객들은 랩보다는 강렬한 록 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털옷을 입어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미스토펠리스도 턱시도 버전이 아닌 기존 버전이 유지된다. 새로 추가된 거스의 재즈풍 아리아와 아름다워진 생머리의 그리자벨라는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번 '캣츠'에서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단연 비주얼이다. 고양이들이 보다 '고양이스럽게' 옷을 갈아입었다.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 역시 번개를 연상케 하는 삐죽삐죽 솟은 털과 길어진 발톱을 장착하고 드미터와 붐발루리나 등은 실제 아비시니안 단모 고양이의 생김새를 반영해 짧아진 헤어스타일과 새롭게 디자인된 의상을 입는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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