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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해지면 못 가는 백령도…서해5도 '야간운항' 허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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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옹진군, 여객선 야간운항 제한 규정 완화 추진

연합뉴스

백령도 행 여객선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북한과 맞닿은 지리적 특성 탓에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야간에 여객선 이용이 불가능한 최북단 서해5도에서 야간운항 제한 규정을 풀어달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8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고시인 '서북도서 선박 운항 규정'에는 백령도, 대·소청도, 대·소연평도 등 서해5도행 선박의 경우 주간 운항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해5도 해상에서는 일몰 후 30분이 지나서부터, 다음날 해뜨기 30분 전까지 여객선 운항이 금지돼 있다.

다만 북한의 공격 등 위급상황이 발생해 긴급하게 선박을 투입해야 하거나 안전항로를 이용하느라 운항 시간이 늘어날 때는 야간에도 운항할 수 있다.

승객이 급증하는 특별수송 기간이나 꽃게를 급히 옮겨야 할 때도 야간운항이 허용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이유로 밤에 여객선이 다닌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보면 야간운항이 금지된 해역은 서해5도가 유일하다.

1970년대에는 전국 해역에서 야간운항이 금지되다가 2007년 해양수산부 훈령 개정으로 모두 허용됐지만, 서해5도만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환경 탓에 제외됐다. 야간에 피랍 등 북한의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서해5도행 여객선은 매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백령도나 연평도로 떠나 당일 오후 인천으로 돌아온다.

선사들은 오전에 기상악화(안개·높은 파도)로 대기하다가 오후 들어 날씨가 맑아져도 여객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오후에 인천에서 출발하면 일몰 후 30분 전까지 인천에 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최소 한 차례 왕복 운항을 해야 수익이 남는 선사 입장에서는 운항금지 규정에 묶여 편도 운항만 하는 걸 꺼린다.

최근 서해5도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 옹진군은 인천해수청에 서북도서 선박 운항 규정에 포함된 야간운항 제한 조항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서해5도 주민 1천200여 명도 같은 내용의 청원서와 서명부를 제출했다.

이후 옹진군, 해군 2함대,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인천항 운항관리센터, 인천해수청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회의가 열렸으나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옹진군은 최근 다시 해군 측에 요구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때문에 서해5도 해역에서 24시간 여객선 운항이 어렵다면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라도 허용해달라는 내용이다.

옹진군은 서해5도행 여객선이 야간에도 운항하면 주민들의 교통 평등권이 보장되고 백령도나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옹진군 관계자는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서해5도행 화물선은 야간에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야간운항 장비와 안전시설을 갖추는 조건으로 야간운항 제한 규정을 풀면 서해5도 주민들의 불편도 덜고 지역 경제도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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